[누명 벗는 사람들]과오 바로 잡겠다는 검찰...재심 신청은 어떻게

입력 2018-05-23 14:29 수정 2018-05-2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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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한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던 최모 씨가 40년이 지나 혐의를 씻을 수 있었던 것은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의 재심 청구 이후 최 씨에게 연락해 재심을 여는 데 동의하는지 의견을 물었고 최 씨가 이에 동의하자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후 최 씨에 대한 재심이 열렸고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재심 선고 공판에서 최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대검찰청 산하 '직권 재심 청구 TF'를 구성해 인권 침해 요소가 많은 일부 시국사건들을 재점검해 직접 재심 청구에 나섰다. 형사소송법은 검사, 유죄를 선고받은 자, 유죄를 선고받은 자의 법정 대리인, 유죄를 선고받은 자가 사망하거나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나 친계친족 또는 형제자매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대검이 TF를 구성하기 전까지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검찰이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사건 유형은 총 4가지다. 위헌으로 선고된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발족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권고한 사건,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5ㆍ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한 사건 등 총 4가지다. 검찰은 현재 141명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대검 공안1과 양중진 과장은 "이 외에 부마항쟁 관련해 4명에 대해 재심 청구를 준비하고 있고, 5.18민주화운동 특별법 관련해서도 60명 정도 더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라며 "사건이 있는 한 검찰이 직권 재심을 계속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는 사건은 4가지 유형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양 과장은 "재심은 부마항쟁이나 5.18민주화운동처럼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근거 법률이 있거나 (긴급조치 제9호처럼)처벌 조항이 위헌으로 선언될 경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는 사건의 유형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준영(44ㆍ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는 "(현재 검찰이 청구하는 재심 사건은) 시국사건이나 긴급조치 사건에 국한하고 있다"며 "억울하고 한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일반 사건도 적극 발굴하고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검찰의 직권 재심 청구를 기대할 수 없다면 당사자가 직접 재심을 청구해야 한다. 재심을 청구하면 법원은 원판결의 근거가 된 증거가 조작됐거나 증언이 허위인 것이 증명되고 또 원판결을 뒤집을 만한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는 등 형사소송법이 정한 재심 사유가 인정될 때 재심 개시를 결정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심을 청구해도 개시 결정이 안 되고 기각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재심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시국사건의 경우 내가 고문을 당했다고 해도 그런 사실은 기록에 안 나오지 않느냐. 고문 가한 사람이 유죄판결을 받는다든지 해야 인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찰에서 10일, 검찰에서 20일 구속기간을 둘 수 있는데 이 기간 안에 기소하거나 석방해야 하는데 수사기관이 너무 오래 데리고 있는 경우가 있다. 또 구금 장소가 어디인지 기재돼야 하는데 그게 없다. 이 경우 불법 구금된 거로 보는데 이는 사건기록에 다 나온다. 이때 나온 증거들은 위법한 거라 쓸 수 없고 재심 개시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검찰이 무리해 기소했다는 것과 재판이 잘못됐다는 증거를 당사자가 직접 찾아 재심 사유를 인정받아야만 재심 개시가 결정된다. 장경욱(50ㆍ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는 "(재심 사유를 증명하기 위해) 고문을 받았다는 걸 증명하고 관련 서류를 직접 떼고 해야 하니까 변호사를 선임하는데 그러면 돈이 들어가지 않느냐"라며 "당사자 보고 직접 재심 청구하라고 하면 되겠는가. 가해자 범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제2의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을 제정해 항일독립운동, 반민주·반인권적 인권유린과 폭력·학살·의문사 사건을 조사하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발족했다. 과거사 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활동을 종료했고 2014년 12월 2기 과거사위 출범을 바라는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박 변호사는 과거사위 발족을 바라지만 밝혀내야 할 과거사의 범위를 제한할 것을 제안했다. 박 변호사는 "과거사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으면 최근 발생한 모든 사건들, 억울하다고 하는 사건들(까지 다 들여다봐야 한다)“며 ”너무 경직되게 운영하지 않되 적당한 범위 설정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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