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종의 서킷브레이크] 코스닥 활성화에 찬물 붓는 회계감리

입력 2018-03-2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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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정부가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밝혔지만, 최근 결산시즌 분위기는 코스닥 ‘살리기’가 아니라 ‘죽이기’ 같다. 회계법인들의 기업 감사보고서가 한층 강화되는 것을 보면서 웬만하면 코스닥 기업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 코스닥 상장기업 오너의 하소연이다. 지난 시즌 감사보고서를 받기 위한 회계법인과의 공방이 너무나도 힘들었단다. 하지만 지나가는 말로 얼핏 흘려듣기에는 최근 돌아가는 상황들이 ‘코스닥시장 활성화’라는 새 정부의 정책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23일 한국거래소는 회계법인인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차바이오텍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차바이오텍은 자체 결산에서 지난해 5억 원의 흑자를 냈으나,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강화된 감사 기준을 적용해 지난해 9억 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했다.

이 때문에 차바이오텍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4년 연속 적자가 발생하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차바이오텍 측은 연구개발(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삼정회계법인은 이를 반대했다.

비단 바이오 기업뿐만이 아니다. 화학제조 기업인 에프티이앤이와 IT 기업 파티게임즈 등 상당수 기업이 감사인인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갈림길에 서 있다. 이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증권사에서 매수 추천을 받은 우량 기업들이었다.

일부에서는 회계법인들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감사인인 회계법인의 변경을 앞둔 기업들에 대해 기존 감사인의 지나친 감사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의견 거절을 받은 한 상장사 관계자는 어처구니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불과 반기까지만 해도 관련 문제에 대한 지적이 없다가, 갑작스럽게 의견 거절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1, 2년에 걸쳐 발생한 사안이 아닌데, 그렇다면 기존 감사를 진행했던 회계법인에도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들이 “이상 없다”는 감사의견 검토서를 내놓고, 불과 6개월 만에 다시 “의견 거절”을 내놓았다면 이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그 짧은 기간 한 기업이 상장폐지에 이를 정도로 부실이 발생했다는 것인데, 이는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과거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옳은 것은 옳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차바이오텍 등 증시 퇴출까지 갈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한 회계법인의 감리 결과는 절차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가령 반기보고서 주석을 통해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 미리 경고를 하거나, 회사 및 투자자에게 알릴 방안이 필요하다. 갑작스럽게 3월 결산시즌에 감사의견 거절 등을 받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다면 누가 코스닥 기업들에 대해 장기적인 투자를 기대하겠는가.

정부는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장 절차를 간소화하고, 다소 실적이 나오지 않는 기술 기업들에는 상장의 문턱을 낮춰 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결산시즌 회계법인들의 감리 행태를 보면 누가 코스닥시장에 들어오려 할지 의문이 든다. 거래소 상장, 코스닥시장 독립 등 적극적인 자본시장 활성화에 나서려면, 정부는 물론 회계 정책에서도 더욱 유연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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