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정의 인사이트] 정부의 억지 최저임금 보완책

입력 2018-01-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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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차장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된 지 한 달 가까이 지나고 있지만, 현장의 아우성은 여전하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겐 급격한 인건비 상승도 부담이지만, 정부가 최저임금 급등의 부작용을 줄여보겠다며 연착륙 방안으로 내놓은 지원책들마저 현실과는 동떨어져서다.

일자리안정자금이 대표적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이란 고용보험에 가입한 30명 미만 사업자를 대상으로 근로자 1명당 월 최대 13만 원을 지원하는 최저임금 보조제도이다. 많은 사업주가 고용보험 가입이나 초과근로수당을 더해 월급 190만 원이 넘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가입조건 탓에 신청을 망설이면서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추진단 등에 따르면 대다수 사업장의 1월 월급 지급일이 지났음에도 일자리안정자금 신청률은 여전히 1%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써부터 소진하지도 못할 일자리안정자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럴 바엔 차라리 중소벤처기업부가 직접 관할하는 긴급경영안정자금이나 소상공인진흥기금으로 돌리는 것이 실효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무리하게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 보완대책은 ‘규제’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처지에 놓였다. 중기부는 최근 올해 업무 보고를 통해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 최저임금 보완대책으로 복합쇼핑몰 영업 규제 강화를 내세웠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업일을 지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탓에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원래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소상공인들조차 이 대책을 전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복합쇼핑몰은 매장의 대부분을 해당 몰을 만든 유통 대기업이 아니라 자영업자들이 운영하기 때문이다. 또 영세 소상공인을 위한다며 복합쇼핑몰 내에서 그들이 운영하는 점포는 영업제한 규제에서 제외한다는 계획도 일괄적으로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 휴업이 이뤄지는 상황에선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별도로 조례를 통해 쇼핑몰 건물 밖에 별도 판매 공간을 만드는 식으로 의무 휴업일에도 영세 소상공인의 점포를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소상공인의 점포를 이용하기 위해 문 닫은 복합쇼핑몰을 찾는 일은 드물 것이 뻔하다.

하지만 복합쇼핑몰 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만큼 정부 여당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대책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홍익표 의원은 대기업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의 입지·영업 제한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23일 발의, 정부 여당이 교감을 확인한 상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의 진정한 ‘연착륙’을 위한 정부의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보완 대책을 내놓아 지쳐 있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조금이나마 다독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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