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상폐’ 뿔난 아트라스BX 소액주주들…27일 임시주총 '주목'

입력 2017-12-22 10:21 수정 2017-12-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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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들 “대주주만 1000억대 이익, 상폐 막겠다” 주장…안건 통과는 힘들 듯

상장폐지 추진으로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타이어그룹 계열사 아트라스BX의 임시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자사주가 대주주의 이익증대 수단으로 활용된 새로운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에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대기업 오너일가와 주주권이 충돌한 첫 사례라는 관점에서도 의미를 담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트라스BX는 이달 27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소액주주의 요구로 열리는 이번 주주총회에는 발행주식의 1주당 액면가격 1000원을 100원으로 분할하는 안건과 자사주를 소각한 뒤 유가증권시장(코스피)로의 이전을 추진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아트라스BX의 관리종목 지정사유를 해소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이 제시한 방법이다.

◇거래소 규정변경으로 생겨난 ‘자사주의 새로운 마법’ = 상장폐지는 흔히 회사와 대주주 입장에서 피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이번 경우는 대주주가 상장폐지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외부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경영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의 공식적인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대주주인 한국타이어그룹 오너일가의 이해관계가 얽힌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폐지 이후에는 공시 의무와 외부 간섭이 크게 줄어드는 만큼,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을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승계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자동차용 축전지를 만드는 아트라스BX는 2008년 이후 연 평균 65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알짜회사’다. 주주구성을 보면 대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31.13%, 소액주주가 10.44%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58.43%는 회사가 사들인 자사주다. 대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는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회사로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과 그 자녀들의 지분 73.92%를 갖고 있다. 사실상 아트라스BX의 대주주가 한국타이어 오너일가라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는 구조다.

증시에서 떠나고 말고는 회사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문제는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기업이 정상적인 경로로 자진 상장폐지를 하려면, 투자자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주주 등이 발행주식의 95%를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주식공개매수에서 이 수치를 채우지 못했다. 소액주주들은 공개매수 가격이 기업가치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이유로 주식을 팔지 않았다. 당연히 상장폐지 추진도 중단되는 듯 했다.

그런데 올해 6월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의 상장요건을 개정하면서 상장폐지 추진이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기업이 상장을 유지하려면 유동주식의 20% 이상을 소액주주가 가져야 하는데, 이 비율을 계산할 때 자사주를 제외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트라스BX는 소액주주 비율이 기준보다 낮아져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2020년에는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소액주주들 “대주주를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 성토 = 소액주주들은 거래소의 규정 변경이 대주주를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상장사의 주식을 분산하라는 취지로 마련된 규정이 이번 경우에는 회사 측에 유용한 도구가 된 꼴이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은 이대로 아트라스BX가 상장폐지된다면 대주주가 10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상장폐지를 진행하는 기업의 지분가치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대주주의 이익은 소액주주의 손실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아트라스BX의 경우 자사주 비중이 기형적으로 높아 자사주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으로만 계산하면 대주주가 74.88%, 소액주주가 25.11%를 가진 셈이어서 분산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식시장 전체에서 이번 규정변경의 적용을 받는 기업은 아트라스BX가 유일하다.

27일 임시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이 통과된다면 아트라스BX는 관리종목 지정사유를 해소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회사 측 기류에 변화가 없는 데다, 대주주의 지분이 절대적으로 높아 안건 통과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소액주주들은 안건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소액주주는 “대주주의 부도덕성과 거래소 규정의 불합리성을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며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다시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트라스BX 관계자는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상장폐지를 한다는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지만, 지난해 공개매수 이후 회사가 특별히 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거래소 규정이 바뀌면서 결과적으로 상장폐지 쪽으로 가게 됐지만, 이는 회사가 의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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