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실 감옥으로 전락한 리츠칼튼 호텔

입력 2017-11-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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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왕위계승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왕위계승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AP/연합뉴스

사우디라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5성급 리츠칼튼 호텔이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감옥이 됐다. 부패 혐의로 체포된 사우디 왕실 인사들이 리츠칼튼 호텔에 구금되면서 로얄스위트룸과 정원을 갖춘 호텔은 한동안 감옥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밤 11시 리야드 리츠칼튼 호텔은 모든 숙박객을 내보냈다. 숙박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제공된 버스를 타고 리야드의 다른 호텔로 이동했다. 대신 반부패 조사 과정에서 체포된 사람 중 일부가 리츠칼튼 호텔에 구금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반부패위원회에 의해 11명의 왕자, 4명의 현직 장관 등 60여 명이 부패 혐의로 체포됐다. 사우디 왕위계승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권력을 강화하고자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 등을 ‘숙청’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사우디 당국자 두 명은 이들 중 일부를 리츠칼튼 호텔에 구금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왕국 역사상 최고위 수감자”라며 “지위가 높은 사람은 범죄 혐의에도 강력한 권한을 유지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달 말까지 리츠칼튼 호텔의 492개 객실은 웹사이트 예약이 불가능하다. CNN은 호텔 소유주인 메리어트가 현 상황에 대한 성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리츠칼튼 마케팅 관계자는 다음 달 1일부터 예약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5성급 호텔인 리츠칼튼 호텔은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방문 당시 머물렀을 정도로 최고급 호텔로 꼽힌다. 지난달 말에는 ‘사막의 다보스 포럼’이라 불리는 대규모 국제 투자회의가 열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스튜어트 걸리버 HSBC홀딩스 최고경영자(CEO), 손정의(일본 이름은 손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겸 CEO 등 3500여 명의 사업가·정부 관료가 모였다.

최고급 호텔에 숙청 대상자를 가둔 이유는 사우디 특유의 문화 때문이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현재 사우디 왕국은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초대 국왕의 후손인 왕실 계파들의 합의로 통치하고 있다. 사우디 지도자들은 가족 구성원에 왕실 권력의 일부를 나눠주고 대신 충성심을 확보해왔다. 만약 그들 중 누군가를 감옥에 가둔다면 이들의 연결고리가 끊기게 된다. 역사적으로 부족국가를 기반으로 한 사우디에서는 족장이나 고위 인사의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해왔기 때문에 감옥 구금과 같은 모욕은 더 크게 받아들여진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사우디 고위 관료는 “빈 살만 왕세자 자신도 그들을 감옥에 가둘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며 “리츠칼튼 호텔에 구금하는 방법은 그가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위엄있는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야심으로 가득 찬 왕세자에게도 왕실 인사들을 감옥에 가두며 기득권을 앗아가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예방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는 ‘리츠칼튼 구금’처럼 범죄 혐의를 받으면서도 체면을 살려주는 왕실 특권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압둘칼릭 압둘라 전 에미레이트 대학 정치학 교수는 “사우디의 사회적 규범이 깨지고 전통적으로 종족과 혈족을 묶은 관계가 더는 강하지 않다” 며 “모두를 똑같이 대하는 문화적 준비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왕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 그들은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면서 “사우디에는 거대한 중산층이 있으며 그들은 21세기 사우디를 열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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