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부동산 거래, 숨겨진 2%는?

입력 2008-02-11 12:54 수정 2008-02-1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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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SK, 현대차 계열 부동산 회사 오너 일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부동산 사업으로 짭짤한 재미를 올리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기업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매매 및 임대를 통한 실질적인 수익창출원으로 활용하거나 때로는 오너 일가를 위한 재산의 상속 수단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부동산 사업 자체에 시선이 쏠리는 것을 탐탁히 여기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매매과정에서 대기업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좋을 것이 없다는 것도 주된 이유겠지만 부동산 사업에 오너 일가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기업들은 자신들의 부동산 사업에 모아지는 관심을 차단하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한다. 과연 대기업들의 부동산 사업에 숨겨져 있는 2%는 무엇일까.

◇ '우리와는 관계없는 회사(?)'

대기업의 부동산 거래를 자세히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기업과는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계열사를 내세운다는 점이다.

최근 재개발이 한창인 서울 모 지역 일대에 A기업이 적지 않은 면적의 부동산을 사들이는 과정을 보면 이같은 사실이 잘 드러난다.

A기업은 일대 땅을 매입하는 초기에 원소유주들이 땅을 매입하려는 주체가 대기업임을 알고 호가를 높게 부르자 이 기업은 모기업과는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부동산 개발 회사를 만들어 협상 테이블 전면에 내세웠다. A기업은 취재 과정에서 "이 부동산 회사와 모기업과의 관계는 자신들도 정확히 모른다"며 사실을 감추려했지만 확인결과 부동산 회사는 공정위에 A기업의 계열사로 등록되어 있었다.

지난해 3월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몇 해전부터 여수에 부동산을 구입해왔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 회장의 부동산 구입과정에서 눈에 띄는 사실은 구입한 땅 중 몇 필지의 땅은 삼성그룹 부동산투자자문회사인 (주)샘스의 임원들이 먼저 구입했으며 이 회장이 얼마지나지 않아 이를 사들이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당시 취재과정에서 삼성그룹 고위 임원조차도 '샘스'라는 회사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극구 부인했었다.

이처럼 기업들은 모기업의 사명이 들어가지 않는 계열사들을 만드는 방법을 이용해 언론과 일반인들의 관심을 피해간다. '샘스'라는 회사는 얼핏보면 삼성그룹과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SAMSUNG'의 영어 철자 앞의 4자만을 딴 것이다. 실제로 샘스는 삼성그룹 계열사 대부분의 부동산 매매와 관리를 담당한다. 다른 기업들도 방법은 비슷하다. LG그룹에는 서브원, 한진그룹에는 정석기업, SK그룹의 아페론, 현대자동차 그룹의 해비치 모두 모기업 사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름을 사용한다. 물론 이런 기업들이 반드시 무언가 '꺼리낌'이 있기 때문에 이런 사명을 사용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하지만 모기업에 후광이 필요한 다른 계열사에는 모기업의 이름을 집어넣는 것과는 전혀 대조되는 현상이다.

◇ 오너와 연관성 깊어

또 다른 특이점은 부동산 회사들에 기업 오너 일가가 깊숙히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근 특검의 조사 대상에 올라있는 삼성그룹의 에버랜드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재용 전무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중요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레저사업 뿐만이 아니라 부동산 사업도 함께 진행한다.

경기도 이천에서 부동산을 사들여 골프장 개발사업을 하고 있는 효성그룹 계열사 두미종합개발도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는 세 형제가 29억원을 투자해 세운 회사다. 이후 사업성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투자금의 10배가 넘는 돈을 PF 받아 이 돈으로 세 형제 명의의 땅을 다시 사들인 바 있다.

얼마 전 다시 법정다툼이 일어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진그룹 계열의 정석기업 역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5%을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자산가치가 매출 규모에 10배가 넘는 알짜 기업이며 한진에서 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출발점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의 골프장 및 콘도업체인 해비치리조트는 기아차가 40%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지만 정몽구 그룹 회장의 부인 이정화 여사 등 친족들이 20%의 지분을 직접 갖고 있다. 이 여사는 이 회사의 대표이사직도 맡고 있다.

LG그룹 계열사인 서브원도 지분은 (주)LG에서 100%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구본무 회장이 대표이사의 자리에 올라있다.

이처럼 대기업 계열 부동산 회사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회사 오너 일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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