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우연(偶然)찮게

입력 2017-09-18 10:2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대담 프로그램이나 ‘예능’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연찮게’라는 말이 적잖이 나온다. “길을 가다가 우연찮게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고 하는데 말을 들어보니 실지 내용은 ‘우연히 만났다’이다. ‘우연히’라고 해야 할 말을 완전히 잘못 사용하여 ‘우연찮게’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우연’은 한자로 ‘偶然’이라고 쓴다. ‘偶’는 원래 인형, 허수아비라는 뜻이었다. ‘禺’는 원숭이를 형상화한 글자로 ‘긴꼬리원숭이 우’라고 훈독하는데 긴꼬리원숭이는 원숭이 중에서도 사람과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한다. 그런 원숭이를 나타내는 ‘禺’에 ‘사람인(人)’을 더하여 ‘偶’가 만들어졌으니 ‘偶’는 당연히 사람을 꼭 닮은 인형 혹은 허수아비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인형이나 허수아비는 어떤 용도로든 사람을 대신하기 위해서 만든다. 즉 사람의 ‘짝’으로서 부분적으로라도 ‘사람 역할’을 하게 할 목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짝’이라는 뜻이 파생하게 되었는데 ‘배우자(配偶者)’의 ‘偶’가 바로 그런 뜻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짝’은 결코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이 뜻하지 않게 만나는 것이 바로 짝이다. 이에 ‘偶’는 ‘뜻하지 않게’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然’은 ‘그러할 연’이라고 훈독하는 글자인데 명사나 동사를 부사나 형용사의 역할을 하도록 해주는 글자이다. ‘自然’은 ‘自(자신)’라는 명사에 ‘然’이 붙어서 ‘스스로 그러하게’라는 의미, 즉 ‘자연히’라는 부사가 되었고, ‘肅(엄숙)’이라는 추상명사에 ‘然’을 붙이면 ‘숙연히’라는 부사가 된다.

우연(偶然)도 이미 ‘偶’가 가진 ‘뜻하지 않게’라는 의미를 부사로 정착시키기 위해 ‘然’을 붙여 ‘우연히’라는 말이 통용하게 된 것이다. ‘우연찮게’는 ‘우연치 않게’, 즉 ‘우연하지 않게’라는 뜻이니 우연의 정반대말임을 알고서 오용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중기부, '모두의 창업' 개인정보 유출 사과...1차관 정례 점검회의 신설
  • 삼성SDI, 6.32% 급등 마감⋯증권가가 ‘톱픽’으로 꼽은 이유는 [찐코노미]
  • 거래소, 프리마켓 시행 내년 말로 연기···애프터마켓은 기존안대로 9월 시행
  • '골드 러시' 식었다…골드뱅킹, 6개월 만에 1조원대로
  • 스페이스X, 200억 달러 회사채 발행⋯IPO 이어 대규모 자금 조달 [종합]
  • 한국, 멕시코에 0-1 패배⋯조별리그 2차전 무승 못 깼다 [북중미 월드컵]
  • "강북마저 만만치 않네"⋯전세난에 등 떠밀린 실수요자 '한숨'
  • "월 50만원 넣었더니 2200만원?"…청년미래적금 흥행 예고
  • 오늘의 상승종목

  • 06.1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6,630,000
    • +1.49%
    • 이더리움
    • 2,613,000
    • +1.63%
    • 비트코인 캐시
    • 300,300
    • +0.47%
    • 리플
    • 1,730
    • +1.23%
    • 솔라나
    • 108,700
    • +4.42%
    • 에이다
    • 244
    • +0.41%
    • 트론
    • 493
    • +1.02%
    • 스텔라루멘
    • 322
    • -2.13%
    • 비트코인에스브이
    • 17,730
    • +1.2%
    • 체인링크
    • 11,950
    • +0.25%
    • 샌드박스
    • 89.41
    • +17.1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