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對러 제재 법안에 ‘마지못해’ 서명...금가는 트럼푸틴 브로맨스

입력 2017-08-0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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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7일 미국 플로리다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 마라라고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앉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월7일 미국 플로리다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 마라라고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앉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북한과 러시아, 이란을 한꺼번에 제재하는 패키지 법안에 서명했다. 지난달 27일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지 엿새 만이다.

법안에는 북한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을 봉쇄하고 다른 나라들이 북한과 인력·상품 거래 등을 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란 제재안에는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무기 금수조치 등이 담겼다.

특히 주목할 건 러시아에 대한 제재다. 패키지 법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외에 사이버 공격으로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것 등을 이유로 경제 제재를 골자로 한다. 러시아 기업과 개인의 미국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한편, 러시아 사업체에 대한 신용공여 범위 확대도 제한한다. 제재 완화·해제는 의회의 사전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고, 대통령의 권한도 제한한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추진해온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패키지 법안 서명이 매우 난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 후 “민주주의의 절차에 대한 간섭을 허용할 수 없다”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이 스스로 서명한 법안에 대해 “큰 결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의회가 제재 법안에 대통령의 권한을 대체하는 조항들을 포함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그는 “의회가 선호하는 것을 고려하겠지만, 그 (위헌) 조항들은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에 부합하도록 이행하겠다”며 의회 주도로 이 법안이 통과된 것에 불만을 표시했다. 또한 “러시아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단계로 진행하도록 요구하는 미국 국민의 뜻”이라고 애써 서명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는 이전부터 미국과 러시아 간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었다. 석유 메이저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시절부터 러시아 정부와의 관계가 깊은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에 기용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하지만 미 의회는 입장이 다르다. 러시아에 대해 강경한 의견이 많다. 이에 제재 법안 성립이 불가피해지자 지난달 30일 러시아는 자국에 있는 미국 외교관과 직원 755명을 추방하는 보복 조치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싶었지만 최근 러시아의 대응은 미국과 동맹국의 안전을 손상시킨다”며 러시아를 견제했다. 펜스는 하원의원을 6차례나 지내온 터여서 공화당 주류의 지지는 두텁다. 그의 발언은 러시아에 엄격한 공화당의 분위기를 대변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러한 의회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제재 법안에 서명했지만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의지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제재 법안에 대해 “나도 대통령도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우리의 노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지 않지만, 이것은 의회가 내린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제재 법안은 의회가 주도한 것으로, 트럼프 정권의 의사와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러시아에 던진 셈이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가 제재 법안에 서명하자 러시아는 당장 ‘맞제재’를 시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2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새 제재는 근시안적이며 러시아와 미국이 특히나 책임감을 품어야 하는 세계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는 적대 행위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미 밝혔으며 분명히 보복성 조처를 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상원의 코사쵸프 국제문제위원장도 2일 페이스북에 “러시아와의 건설적인 협력의 기운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트럼프 정권에 실망감을 표명하고, 무기 수출에서 터키 등 미국의 우방국 흔들기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냉각된 분위기는 6~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외교장관 회의에서 그대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이 예정돼 있지만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만큼 분위기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이번 회의의 의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과 시리아 내전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북한 문제는 두 번째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를 계기로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미국은 중국뿐 아니라 만경봉호의 취항 등 북한과의 경제 관계 강화에 나서는 러시아에 대해서도 대북 압력 강화를 촉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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