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야 자유 얻은 류샤오보

입력 2017-07-14 08:42 수정 2017-07-1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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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류샤오보 모습. AP연합뉴스
▲생전 류샤오보 모습. AP연합뉴스

중국 반(反) 체제 인사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가 간암 투병 중 13일 사망했다. 랴오닝성 선양시 사법국은 이날 선양 중국의과대 제1부속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류샤오보가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류샤오보는 2008년 중국 민주화를 요구하는 ‘08 헌장’을 주도했다가 국가전복 선동죄로 1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5월말 말기 간암 판정을 받고 6월 초부터 당국의 감독 아래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해외에서 치료를 원했으나 중국은 그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는데, 결국 죽어서야 자유를 얻게 된 것이다.

류샤오보는 미국 컬럼비아대 객원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1989년, 중국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것을 알고 급히 귀국했다. 인민해방군이 톈안먼 광장에 진입한 6월 4일 새벽에는 유혈사태를 피하려고 학생들에게 광장에서의 철수를 호소하기도 했다.

류샤오보가 중국 국내외에서 존경을 받은 건 톈안먼 사태 이후 많은 민주 활동가들이 해외로 도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머물며 언론 활동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2008년 그가 동료와 만든 공산당 일당 지배 폐지 등을 요구한 ‘08 헌장’은 그의 마지막 저항이 된 셈이다.

2010년 류샤오보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노벨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중국의 인권 개선을 위한 투쟁의 가장 중요한 상징”이라고 평가하고, “류샤오보가 말기 병에 이르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로 옮겨지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중국 정부는 그의 조기 사망에 대해 무거운 책임이 있다”며 이례적인 문구를 덧붙였다. 노벨위원회가 중국 본토에 사는 중국인에게 첫 노벨상을 수여한 건 그해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 중국의 인권 개선을 강요할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대국으로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당시 “류샤오보는 범죄자다. 시상은 노벨평화상의 취지에 반한다”며 되레 노벨위원회에 적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지난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류샤오보 수용을 표명해 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포함한 정상들 중 이 문제를 거론한 정상은 없었다. 국제 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중국과 마찰을 일으키는 것은 자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류샤오보의 사망으로 중국의 민주화 운동은 큰 정신적 지주를 잃게 됐다는 평가다. 톈안먼 사태 발발 후 28년이 흐른 지금, 대부분의 중국 젊은이는 류샤오보의 이름조차 모른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닫게 되는 등 민주화의 불꽃이 중국에서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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