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시가총액 3조'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 “아직 갈길 멀다”

입력 2017-06-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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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스펙테이터 창간1주년 기념 인터뷰]2000년 설립 이후 국내 보툴리눔시장 석권..."글로벌 바이오기업 톱20 자신"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55)는 국내 바이오의약품 업계에서 ‘성공’이라는 단어에 가장 근접한 기업인으로 평가받는다. 17년 전 회사 설립 자본금을 구하기 위해 진땀을 빼는 평범한 창업자에 불과했지만 회사는 어느 덧 시가총액 3조원(16일 종가 기준 3조3656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훌쩍 컸다. 정 대표가 보유 중인 주식가치는 6216억원(16일 기준)에 달한다.

메디톡스의 최근 실적은 국내 제약·바이오업체 중 단연 돋보인다. 메디톡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218억원으로 2011년(217억원)에 비해 5년새 5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730억원으로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무려 60%에 이른다. 2015년 1분기부터 9분기 연속 5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깜짝 실적’의 연속이다. 메디톡스가 생산·판매하는 보툴리눔독소제제 ‘메디톡신’은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한동안 공급 부족에 허덕이는 ‘행복한 고민’이 지속되기도 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메디톡스는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미래에셋생명 강남사옥을 820억원에 인수하며 ‘번듯한’ 사옥도 마련했다. 이제는 임대업도 영위하는 소위 ‘잘 나가는’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는 부러움을 받는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메디톡스 본사에서 만난 정현호 대표는 성공을 실감하냐는 질문에 “아직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갈 길이 멀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서울 강남 한복판 금싸라기 부지에 사옥을 마련한 소감을 묻자 “셋방살이 살다가 이사오니까 뿌듯하다. 전망이 참 좋다”면서 옅은 미소와 함께 잠실 종합운동장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창 밖을 지긋이 바라봤다.

정 대표는 스스로를 ‘보툴리눔독소 전문가’라고 자평한다. 정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과정을 밟을 때 보툴리눔독소를 접하고 이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가장 잘 하는 것을 하고 싶었고,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란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06년 국내업체 중 가장 먼저 보툴리눔독소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보툴리눔독소제제와 같은 생물학적제제를 우유에 비교했다. 그는 “좋은 우유를 만들려면 품질 좋은 젖소가 있어야 한다. 좋은 소는 키워본 사람만이 안다. 젖소가 우유를 잘 만드는 환경을 알고 있었고, 우유가 잘 팔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정 대표는 1992년 KAIST에서 국내 최초의 보툴리눔독소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겪는 것처럼 메디톡스도 설립 초기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무엇보다 자금 확보가 문제였다. 정 대표는 “보툴리눔독소제제를 만들겠다고 회사를 설립한 이후 제약사와 창업투자회사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무단히도 돌아다녔지만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보유 중인 자금이 소진되고 직원들 월급 두달 분 정도만 남았을 때는 매일 밤잠을 설치며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틸 때도 있었다.

▲메디톡스 본사 전경
▲메디톡스 본사 전경

정 대표 스스로도 돌이켜보면 바이오벤처 설립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창업 이후 시행착오도 많았다. 사실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우수의약품품질관리기준)도 몰랐다.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제약업계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정 대표는 회사 설립 당시 목표를 ‘메디톡신의 상업화’로 설정했다. 일단 시판허가를 받으면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회사 설립 이후 6년 만인 2006년 메디톡신을 내놓자 또 다른 시련이 기다렸다.

그는 “메디톡신의 상업화 이후 회사를 강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제품을 알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의료진들이 우리 제품에 대해 의심의 시선이 많았다. 몰래 회사 공장까지 찾아와서 제조시설을 확인하는 분도 있었다고 들었다. 임상시험 결과를 들고 의사들을 직접 찾아가 설명했다. 조금씩 사용 경험이 늘면서 메디톡신에 대한 신뢰도가 축적되기 시작했다”라고 회상했다.

메디톡스가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탄 것은 4년 전이다. 지난 2013년 메디톡스는 앨러간과 총 3억6200만달러 규모의 ‘이노톡스’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이노톡스는 동결 건조 방식의 기존 보툴리눔톡신제제를 액상 형태로 개선한 제품이다. 이 계약으로 메디톡스는 계약금 6500만달러를 받았다. 당시 국내 기업이 맺은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으로 기록됐다.

정 대표는 메디톡신의 상업화 이후 글로벌 무대를 겨냥했다. 정 대표는 “의약품 사업을 해보니 국내 제약업계의 영세성을 깨닫게 됐다. 당시 매출 1조원 회사도 없었고 수출 경험을 가진 기업도 많지 않았다. 전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도 못 미친다. 98%를 외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메디톡신은 현재 전 세계 60여개국에 판매 중이며 일본, 태국 등에서는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한다.

최근 실적 고공비행에 대해서는 “제품이 좋아서”라는 싱거운 답변이 돌아왔다. 보툴리눔독소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는 투자를 했고 지속적인 연구개발(R&D) 결과 글로벌 제약기업이 탐낼 만한 기술력을 완성했다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앨러간에 기술수출된 이노톡스는 연내 임상시험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분기별 메디톡스 매출·영업이익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금융감독원)
▲분기별 메디톡스 매출·영업이익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금융감독원)

최근 불거진 경쟁사의 보툴리눔독소 균주 출처 논란이 정 대표의 고민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독소제제가 균주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지난해 말부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등록한 보툴리눔 균주의 염기서열을 확인한 결과 해당 균주의 유전체 서열 중 독소 및 관련 염기서열 1만2912개 전부 메디톡신의 균주와 100% 일치했다”며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빼돌려 보툴리눔제제를 개발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웅제약은 마굿간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찾았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기 위한 공세가 아니냐는 질문에 정 대표는 “결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보툴리눔독소는 극미량으로도 많은 사람을 살상할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테러리스트 손에 보툴리눔독소가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도 어떤 경위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우리 제품과 정확히 일치하는 균주가 어떻게 우연히 마굿간에서 발견될 수 있는지 연구자 입장에서도 궁금하다”면서 "대웅제약이 우리 균주를 가져갔다고 확신한다"고 단정지었다. 이와 관련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균주를 도용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대웅제약,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알페온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정 대표는 창업을 준비 중인 후배들에게 “긴 호흡을 갖고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회사를 설립할 때 어떤 목표를 가졌는지를 절대 잊지 않아야 한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짧은 시일내 결과를 도출할 수 없는 분야다.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하면 절대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당부했다.

메디톡스의 향후 목표에 대해 정 대표는 “5년 뒤(2022년) 매출 1조원, 시가총액 10조원, 글로벌 바이오기업 톱 20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충분히 가능하다. 그 이후의 목표는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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