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조기 총선 결과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어느 정당도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공식화되면서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9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영국의 전체 650개 선거구 중 634개가 개표를 완료한 가운데 보수당이 309석을 얻어 남은 의석 16석을 모두 가져와도 과반인 326석에 못 미친다. 앞서 BBC는 보수당은 318석, 노동당은 262석, 스코틀랜드국민당(SNP)는 35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 예측이 맞는다면 노동당은 30석을 추가 확보하고 보수당은 13석을 잃는 결과를 낳는 셈이다. 자유민주당은 5석을 얻고 SNP는 21석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메이 총리는 선거 결과와 관련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영국의 안정을 보장할 것”이라며 “보수당이 가장 많은 표를 얻는 것이 맞는다면 우리는 일정 기간을 갖고 안정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당이 제1당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해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메이 총리가 천명한 하드 브렉시트 전망은 어두워졌다. 하드 브렉시트는 EU 단일시장과 관세 동맹을 떠나는 동시에 이민자 유입도 통제하는 강경한 브렉시트 노선을 말한다.
종전보다 의석을 늘린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코빈 대표는 “이번 총선은 보수당이 원해서 시행된 것인데 결과적으로 보수당은 표를 잃고, 지지와 자신감을 잃었다”며 “나는 이 총선 결과가 그의 퇴임을 촉구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NP의 니콜라 스터전 대표는 “메이 총리에게 재앙이 닥친 것”이라며 “그녀의 지위가 위험해질 것이며, 이를 주목야 한다”고 밝혔다. 스터전 대표는 SNP가 의석을 잃은 데 실망감을 표하며 “의석을 지키지 못해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조기 총선은 브렉시트 협상 전 협상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집권당인 보수당이 주도해 열린 것이다. 보수당은 지난 4월 18일 조기 총선을 한다고 발표하면서 기존보다 의석을 늘려 브렉시트의 협상력을 높이려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수당은 의석을 잃은 데 더해 과반 의석 확보도 실패하면서 브렉시트는 안갯속을 걷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