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에단 호크 ‘기사의 편지’

입력 2017-04-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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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만나는 20가지의 덕목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삶이 올바른 삶인가를 배울 기회는 흔치 않다. 부모들도 그런 것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뭔가를 준비하고 난 다음에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덜컥 부모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영화배우이며 작가 에단 호크의 ‘기사의 편지’는 좀 특별한 책이다. 제목만으로 중세 시대의 기사도에 관한 책인가라는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이 책은 삶의 지혜를 압축적으로 정리한 주옥같은 문장들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격언집은 아니다. ‘인생을 홀로 헤쳐가야 할 이들에게 건네는 스무 가지 전언’이라는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1483년 겨울 슬로터 다리 전투를 하루 앞둔 토머스 레뮤얼 호크 경이 자신의 사후에 남겨질 아이들에게 전하는 유언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2015년 9월 ‘뉴요커’지와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집필 의도를 이렇게 표현한다. “10여 년 전 어느 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규칙을 주제로 아내와 나눈 이야기를 통해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 삶의 덕목이 무엇인가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이 책에는 고독, 겸손, 감사, 자부심, 협력, 우정, 용서, 품위, 인내 등 모두 20가지의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핵심 과제들에 대한 금언(金言)과 이야기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시간이 없다면 금언만 읽어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책이다.

여러분은 품위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책에서 품위는 어쩌면 이처럼 정곡을 찌를 수 있을까라는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품위는 변화를 수용하는 능력이다. 마음을 열고 유연해져라. 딱딱하면 부러진다.” 품위 있는 인간은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새로워지는 사람이다. 과거에 사로잡혀 과거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들에게서 여러분은 유쾌하지 못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을 ‘품위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삶의 진실을 더한다. “그대로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모든 것은 변화한다.”

사는 것도 일종의 전쟁이다. 전쟁터에서 승리하기 위한 규칙은 하나도 복잡하지 않다. “전장에서는 모든 일이 그렇듯 훈련한 대로 행동하게 된다. 열심히 훈련해라. 연습을 해야 목표에 도달하는 길을 닦을 수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인생이란 레이스에 함께 참여했던 사람들을 이따금 떠올리게 된다. 대충 때우듯 요령을 피웠던 사람들은 대부분 무대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저자는 승리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탁월함은 세부 사항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서 나온다. 항상 모든 것을 쏟아부어라. 집으로 걸어 돌아갈 힘을 남겨 두지 마라. 준비를 잘 갖출수록 전쟁에서 더 용감하게 싸울 수 있다.”

스크린으로 정보를 훑는 시대가 되었지만 멋진 글들을 만나다 보면 그래도 책만 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행복에 대한 금언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행복은 목적이 있는 삶의 결과물이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다. 삶 그 자체가 운동이자 과정, 활동이다. 행복은 호기심과 발견에서 온다.” 소비가 주는 쾌락도 있지만 창조가 주는 쾌락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지만 말이다. “아무도 네 행복을 책임지지 않는다. 네 삶은 네 책임이며, 네게는 최선을 다한다는 선택이 언제나 가능하다.” 일어서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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