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소상공인, 시혜 대상 아니라 주인…정치적 문제에 목소리 낼 것”(종합)

입력 2017-03-0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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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연합회 ‘차기정부 소상공인 10대 정책 과제’

▲지난 7일 서울 신대방동 소상공인연합회에서 만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소상공인들 스스로 정책과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나라 전체가 바뀔 수 있다”고 토로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지난 7일 서울 신대방동 소상공인연합회에서 만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소상공인들 스스로 정책과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나라 전체가 바뀔 수 있다”고 토로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지난 2일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소상공인 10대 정책 과제’를 공개하고 조기 대선 정국에서 차기 정부에 전달할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10대 과제에는 소상공인 업계에서 오랫동안 요구해온 사안들이 집약돼 있지만, 일반 국민에겐 익숙하지 않은 내용도 있다. 이투데이는 ‘10대 과제’에 담긴 현안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자 지난 7일 서울 신대방동에 있는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최승재 회장을 만났다.

△요새 전국 소통투어 다니신다고 들었다.

“그렇다. 이번 소통투어는 ‘소상공인 10대 정책 과제’를 지방 상공인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다. 소상공인들에게 시급한 정책들이 많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투어를 통해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알려 드린다. 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원인이 무엇이고 누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이런 정치적인 부분, 정책적인 부분 알리고 말씀 듣고자 한다. 보통 가게 들어가서 일대일로 대화하는 경우도 있고 지역 대표와 간담회도 연다. 처음 가게에 들어가면 ‘왜 왔냐, 뭐가 변하겠느냐’ 등 냉소적인 분위기 많다. 그런데 들어가서 위로해주고 얘기를 해드리면 서로 위로해주고 하면 또 술술 말씀이 나오신다. 현재 수원, 용인, 의왕, 성남, 이천, 여주 다녔고, 내일부터 원주, 속초, 강릉 등 총 37곳 도시를 더 다닐 예정이다.”

△‘소상공인 10대 정책 과제’는 어떤 과정을 통해 도출됐나.

“소상공인연합회는 산하에 70여 개 업종이 있고 전국에 120여 개 지회가 있다. 업종별로 현안을 우선 받았다. 도로를 내달라 이런 민원도 있지만 그런 것 제외하고 카드 수수료와 같은 공통 되고 시급한 과제만 뽑아내 모았다.”

△소상공인 10대 정책 과제 중에서도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꼽는다면.

“첫 번째 정책인 ‘사전영향평가제 실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소상공인들은 단순한 시혜 대상이 아니고 중요한 경제주체로 받아들인다면 당연히 시행돼야 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뉴욕에는 대형마트가 하나도 못 들어가고 있다. 월마트가 들어가려고 애썼지만 민관회의에서 월마트 들어갔을 때 얼마나 뉴욕 소상공인들이 입을 매출 피해를 사전영향평가해서 불허했다. 이렇게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객관적 조사와 평가를 통해 어떤 정책이 소상공인과 골목 상권에 미칠 영향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복합쇼핑몰이나 SSM 등 대형유통점의 신설 과정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는 소상공인 정책을 펼치면서 비용ㆍ편익 분석이 안 됐다고 본다는 건가.

“지금까진 제대로 된 제도가 없었다.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에 신설되는 경우 예전에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허가제였는데 이제 등록제로 바뀌었다. 그만큼 대형마트가 쉽게 들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업조정제도도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 이 제도에 따라 해당 지역 소상공인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신고할 수 있는데, 문제는 사업조정 협의가 안 되더라도 대형마트 오픈이 가능해진다는 거다. 사업조정은 또 건물 허가 단계에서 시작되지 않고 이미 다 진행되고 입점 단계에서 이뤄진다. 눈 가리고 아웅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대기업과 중소ㆍ소상공인 간 협의가 왜 안 되나.

“첫째는 거버넌스가 제대로 구성이 안 돼 있는 부분이 있고 둘째로는 협의가 이뤄지더라도 대기업들이 협의를 준수하기보다 법망을 우회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간 시장 선점 경쟁이 점점 격화되고 있고 상생보다는 실적과 매출만을 중시하는 풍토가 있다.”

△그런 일을 하고자 동반성장위원회가 있는 것 아닌가.

“동반위가 제 기능 못하는 것 이미 아실 거다. 동반위가 태생부터 잘못된 게 민간기구도 아닌 것이 정부기구도 아닌 것이 애매하다. 민간 부문에서 동반위의 재정을 대왔던 곳이 전경련이다. 당연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나. 동반위가 대기업에 편파적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런 구조는 동반위의 결정이 권위를 갖지 못하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보통 협상이 시작될 때는 대기업이 이미 시장에 침투한 시점이다. 출발점부터 그러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협상력이 달릴 수밖에 없다. 협상이 진행되면서 동반위가 조정을 한다면서 시간 끌기를 하다 보면 손해 보는 건 소상공인과 중기뿐이다.”

△정책 과제들 살펴봤다. 대기업과 소상공인 지나치게 대척 구도로 놓는 것 아닌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나 불공정 행위도 문제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자영업이 너무 포화상태라 경쟁이 심화돼 발생하는 문제도 있지 않나.

“한국 자영업 비율이 OECD 평균보다 2배가량 높은 것 맞다. 그런데 국가마다 특성이 있고, 그 특성이 있게 된 구조적 원인이 있다. 그걸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외국의 원료를 수입해 와서 이를 다시 가공해서 외국으로 수출해 돈 번 나라다. 이런 일을 하던 대기업들이 예전에는 고용 많이 했는데, 이제는 거의 기계화되거나 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공장이 이전하거나 하다 보니 일자리 많이 없어졌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 결국 국민은 정년이 끝나고 나면 재취직도 못 하고 자영업자가 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은 예전에 국가가 수출 장려하면서 엄청나게 금리 낮춰주고 차관해줘서 오늘날 몸집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그런 부분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 또 대기업 자손들이 워낙 많아졌나. 빵가게, 옷가게, 팝콘가게 등 소상공인의 생존 영역으로 계속 진출한다. 그러면 안 된다.”

△자연스럽게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얘기로 넘어가게 된다. 현재 비슷한 제도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있는데 만기가 많이 끝나고 있다. 두 제도 사이 차이점이 있나.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다만 차이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중에서도 정말 생계가 걸린 업종부터 우선시하자는 게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이다.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민관 합의 사항이지만, 우리 정책은 생계형들만 아예 법률로 정하자는 것이다. 최소한의 법제화는 유용하다. 현재 대기업들은 강제수단이나 제재수단이 없으니까 법망을 교묘히 우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역대 정부들이 규제완화라는 미명하에 중소기업ㆍ소상공인들 보호하고 육성하는 울타리까지도 다 풀어버렸다. 쉽게 말하면 앞으로 삼성 미용실이 나오지 말라는 법 있나. 과연 이런 게 대기업들이 해야 할 일인가.”

△현재 대선주자들이 소상공인 정책 많이들 내놨는데, 평가해 달라. 특히 이재명씨랑 공약이 많이 겹치던데. 최근 문재인씨도 서민에 방점 찍는 것 같더라.

“지금까지 소상공인연합회로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그중 가장 소상공인들로부터 호응도가 좋았던 사람이 이재명씨다. 공약이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듣기 좋지만 실효성이 없는게 있고, 듣기 좋으면서도 실현가능성도 있는 공약. 이재명씨는 후자인 것 같다. 문제는 현재 지지율이 너무 낮아서 공약을 이행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 문재인 후보도 얼마 전에 소상공인 정책을 내놨는데 1등 후보이다 보니 너무 안정을 추구하는 감이 있고 구체성이 떨어진다. 우리는 혁신적인 요구를 하는 게 전혀 아니다.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또 유권자에게 표를 어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약을 내 달라.”

△연합회 차원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예정인가.

“소상공인연합회는 법정 단체라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도록 돼 있어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 이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이익단체 등이 전통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이 있고, 지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특정 후보가 아니라 그 정당의 강령을 지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가 혼란스럽고 일관성이 없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인물에 의존해 투표하고 그 인물(리더)들이 약속을 안 지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연합회는 시ㆍ도ㆍ구의원직, 대통령직까지 소상공인이 적극적으로 나서 리더를 바꾸자는 운동을 실행하고 있다.”

△더 하고 싶은 말씀 해달라.

“소상공인은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주인이다. 주인은 권리와 의무가 있어야 한다. 나라 경제의 실핏줄로서 역할을 우리가 다 해야 하고, 국회의원들이 찾아와서 소상공인들 고충을 경청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고자 우리부터 먼저 바뀌려고 연합회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물론 소상공인이 전체 국민을 대변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570만 소상공인들은 스스로가 바뀌면 5000만도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정치적인 부분에 적극 관심을 두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근거를 두고 2014년 설립된 ‘소상공인연합회’의 최승재 초대 회장은 570만 소상공인의 권익을 대변하고자 오랫동안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PC방 사장으로 시작해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 이사장, 중소기업중앙회 이사를 역임했고 2013년부터 소상공인살리기운동본부 대표를 맡아 소상공인 업계를 대변하고 있다. 최근까지 중소상공인희망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소상공인연합회 회장과 동반성장위원회 중소기업위원으로서 업계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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