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명장을 찾아서]“백화점 인테리어는 ‘라이프 큐레이션’…고객 쇼핑패턴 바꾸는 건 공간의 변화죠”

입력 2017-03-0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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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효 한화갤러리아 건축인테리어팀 차장

▲노세효 한화 갤러리아 건축인테리어팀 차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갤러리아63면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공간에 대한 가치는 변화하지 않는다며, 인테리어는 회사의 전략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내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근 기자 foto@etoday.co.kr
▲노세효 한화 갤러리아 건축인테리어팀 차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갤러리아63면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공간에 대한 가치는 변화하지 않는다며, 인테리어는 회사의 전략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내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근 기자 foto@etoday.co.kr

“백화점 인테리어는 한마디로 ‘라이프 큐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 공간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고객의 쇼핑 행태가 변화할 수 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화갤러리아 본사에서 만난 노세효 한화갤러리아 건축인테리어팀 차장은 공간에 담긴 변화하지 않는 가치를 계속해서 강조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수단일 뿐이라는 그는 실제로 즐기고 경험하는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에 공간은 결국 사람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설명했다.

건축학을 전공한 노 차장은 9명으로 구성된 인테리어팀의 직원들을 ‘디자이너’라고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테리어팀은 사업장의 콘셉트부터 시공까지 모두 관여한다. 특히 갤러리아는 트렌드 백화점답게 명품관웨스트, 고메이494 등 ‘국내 최초’수식어가 늘 붙어 왔다.‘갤러리아’스러운 공간을 구현해내는 이 과정에서 노 차장의 땀방울은 항상 따라붙었다.

노 차장은“현재 대부분 백화점 식품관이 맛집을 모여놓은 것 같지만, 고메이494가 이 같은 콘셉트의 시초”라며 “쇼핑을 하다 배고프면 식사하는 것이 아니라 먹을 공간에 고객을 머무르게 하기 위해 캐주얼보다 럭셔리한 메세지를 주고 노력했다”고 당시 사업 과정을 회상했다.

한 공간에 맛집을 모아놓는 아이디어는 당시에는 파격적인 것이어서 부담감이 컸다는 그는 “포스 위치, 동선 하나에도 정신없이 시간이 많이 소요됐는데, 오픈 후 잘 운영되는 모습을 보니 괜히 울컥했다”는 소감을 덧붙였다.

국내 레스토랑 편집숍의 도화선이 된 갤러리아명품관의 식품관 ‘고메이494’는 고객들이 원하는 식재료와 요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스타 셰프들의 요리를 한 장소에서 맛볼 수 있도록 콘셉트다.

노 차장은 “고메이494의 핵심은 공간이란 생각에 특히 조도에 신경을 써 음식이 맛있게 보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조명 덕분에 셀프 사진이 잘 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창 이슈였던 이곳은 갤러리아스럽게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고메이494 오픈 이후 F&B 업계에서는 고메이494의 검증된 맛집들을 유치하거나 이와 유사한 형태의 F&B몰을 선보이면서 ‘레스토랑 편집숍’의 열풍이 불었다.

노 차장은“VIP라운지도 고민을 많이 했다. 고객들이 쇼핑하다 휴식할때 어떻게 휴식해야할까 세세한 부분을 신경썼다.”며 “백화점은 전반적으로 2000Lux(럭스) 이상으로 조도가 높은 편인데 우선적으로 조도를 확 낮췄다”고 말했다.

사실 모든 것을 다 본다는 것은 굉장히 스트레스다. 이 때문에 명품관의 휴식공간은 어두운 조도 속에 테이블에만 조명을 켜두었다. 의자도 오렌지, 옐로우 색상으로 편안한 기분이 느껴지는 단색을 사용했다.

그는 “화려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공간을 만드니 고객들이 소곤소곤 얘기하며 휴식하는 시간을 갖을 수 있어 좋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1990년대 국내 최초로 ‘명품관’을 오픈한 갤러리아는 ‘명품’개념을 도입해 국내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했다. 2004년 명품관 리뉴얼 당시에는 패션관이었던 웨스트를 리뉴얼해 혁신을 일으켰는데 그는 공간 자체가 사람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디자인도, 조도 하나하나도 고객들의 행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그의 말처럼 갤러리아 명품관 웨스트는 브랜드 간 경계가 없는 매장으로 리뉴얼해 오픈형 스페이스 백화점으로 탈바꿈했다. 매장 간의 경계를 사라지게 해 브랜드보다 제품에 눈이 가게 한 시도는 고객의 쇼핑 패턴에도 큰 변화를 가져와 브랜드 선호도에 따른 구매 경향을 브랜드 간 상품 비교, 매치, 구매 비율을 높이기도 했다. 이후 백화점 업계는 오픈형 공간을 활용한 인테리어 수요가 늘어나 브랜드별 경계를 없앤 매장형태가 눈에 띄게 늘었다.

노 차장은 “인테리어는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며“콘셉트 위치하나, 조명 색깔, 방향 등을 계속해서 여러팀과 조율하고, 각각 브랜드들이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조율하고 있다”고 인테리어의 전반적인 사업 내용을 설명했다.

또 그는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부터 목적을 공유하고 실제로 현장에서 조율해 피드백하는 것은 디자이너로서 굉장히 즐거운 부분”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매출은 등락이 있을 수 있지만 공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노차장은 얘기했다. 실제로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의 와인 라이브러리인 ‘비노(VINO) 494’는 재단장 후 매출이 300% 이상 늘었다.

그는 “와인을 구매하는 사람이 와인이 공간에 어울린다고 느낄때 보람을 느낀다”며 “‘갤러리아답다’라는 메세지는 새롭고 긍정적인 것들이 담겨 있어, 인테리어는 회사의 상징과 정신을 보여주는 일이라 굉장히 의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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