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풀어놓을 선물 보따리를 마련하느라 혈안이 돼 있다.
일본 정부 관리들이 최근 대기업 임원들과 잇따라 접촉해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거론할 수 있을 정도의 미국 투자 세부계획을 제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공공투자기관들도 고속철 등 미국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할 계획을 짜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오는 10일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하고 나서 주말에는 트럼프의 호화 리조트인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마라라고를 방문해 같이 골프도 칠 계획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양국 정상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보이나 트럼프의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평가다. 트럼프는 최근 환율과 무역 등에서 중국과 더불어 일본을 맹렬히 비판했다. 일본이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자동차 무역 등에서도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대표기업 도요타자동차에도 멕시코 공장을 건설하면 막대한 국경세를 물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가 중국을 견제하고자 ‘친일’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 대조된다.
FT는 아베가 트럼프에 막대한 선물을 안기면서 개인적인 유대 관계를 형성하겠다는 결의에 차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무역갈등을 완화하며 일본 주둔 미군 유지비용을 현 상태로 유지하는 등 아베가 이번 회담을 통해 달성해야 할 목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을 만나 일본의 자동차 수출과 미국 생산계획 등의 이슈를 논의했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와 경제 안보에서 미일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것”이라며 “아베 총리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 기업들이 4000억 달러(약 459조2000억 원)의 직접투자와 170만 개의 일자리로 미국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트럼프 압박에 향후 5년간 미국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별다른 감사인사를 받지는 못했다. 반면 트럼프는 지난주 삼성전자의 미국 가전공장 건설 검토 보도에 “생큐 삼성! 삼성과 함께 하고 싶다”는 트위터 트윗을 남겼다.
또 아베 총리는 이른바 ‘미국-일본 성장·고용 이니셔티브’에서 기업의 투자에 이어 공공투자기관들이 트럼프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수출신용과 차관, 미국 인프라 채권 매입 등 다양한 형태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아울러 아베는 댈러스와 휴스턴, 로스앤젤레스(LA)와 샌프란시스코를 잇는 고속철에 자국의 신칸센 기술을 채택하는 것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멕시코만 항만 투자도 거론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