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심판은 형사재판 아니다"… 빠른 재판 진행 예고

입력 2017-01-05 12:34 수정 2017-01-0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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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변론기일, "파면될 정도로 헌법 위반" vs "대통령 사악한 존재 아냐" 공방

(박한철 소장. 사진=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박한철 소장. 사진=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다'라며 '엄격한 증명'을 요구해 온 대통령 측 주장을 일축했다. 그동안 형사소송 절차를 어디까지 준용해야 할 지를 놓고 벌여온 양측 공방이 정리돼 심판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5일 오전 10시 서울시 종로구 재동 청사 대심판정에서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양 측은 대통령 파면사유에 관해 1시간 30여 분 동안 격론을 벌였다. 오후 2시부터는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박 대통령 측, "형사절차 준용해야" 재판 지연 시도 실패

박 대통령 측은 이날 탄핵심판 절차에 형사소송법을 따르도록 한 헌법재판소법을 근거로 "엄격한 증거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대리인인 이중환(57·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는 "헌법 주석서에도 단순히 높은 개연성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탄핵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적혀 있다, 이것은 형사소송법상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신속한 절차 진행에 매몰돼 실체적 진실 발견이나 무죄추정 원칙이 무시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탄핵사유를 형사절차에 준하는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은 그동안 검찰 수사와 언론 기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탄핵심판 절차에서 검찰 공소사실과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를 일일이 다 입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게 박 대통령 측 입장이다. 반면 소추위원 측은 이러한 탄핵심판은 형사절차와 구분되는 것이고, 이러한 절차를 따지게 되면 심판이 지연된다는 논리를 펴왔다.

이날 주심인 강일원(58·14기) 재판관은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이 아니다, 절차는 준용되지만 법원에서 재판 중인 형사사건과 혼동해서 쟁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집중해달라"고 지적했다. 강 재판관은 다만 "우리 재판부는 검찰 공소장이 어떤 사실에 대해 기소됐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지, 그 공소장 내용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재판관은 없다, 무죄추정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헌재는 앞으로 검찰 수사나 최순실(61) 씨 등에 대한 재판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증거와 증인 진술을 통해 탄핵사유를 심리할 예정이다.

(이중환 변호사. 사진=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중환 변호사. 사진=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박 대통령 중대한 헌법 위반" vs "사익 추구하지 않았다" 공방

권성동(57) 소추위원은 "박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명백히 해하고 있다"며 "국민의 신임을 져버려 국정을 운영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권 위원은 그동안 주장해 온 △비선조직을 통한 국정농단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등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자유 침해 △'세월호 7시간'으로 대표되는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대기업으로부터의 뇌물수수 등을 언급하고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탄핵심판으로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며,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부당한 권한행사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준엄한 원칙을 재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중환 변호사는 오히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대통령 중심제를 정한 헌법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사악하고 두려운 존재였느냐"고 반문하며 "정부 출범 후 임의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거나 기업 인허가를 고의적으로 방해한 사례가 있는지 제시해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냈는데 소추위원 측이 강요라고 단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통령이 그런 무서운 존재였다면 전경련으로부터 기금 출연 부탁을 거절한 기업은 무엇을 믿고 그랬겠냐"며 "뇌물수수나, 직권남용 강요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오후 2시부터 증인신문… 윤전추·이영선 행정관 출석할 듯

이날 오후 2시에는 청와대 이재만(51)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51) 전 국정홍보비서관, 3시에는 윤전추(37)·이영선(38) 행정관에 대한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두 비서관이 심판정에 나설 지는 불확실하다. 헌재는 2일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두 비서관 모두 종적을 감춰 서류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헌재는 인편으로 직접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려고 시도 중이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달을 받은 증인이 불출석하면 강제구인이나 형사처벌을 검토할 수 있지만, 아예 출석요구서가 전달되지 않으면 출석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행정관 두 명은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양 측은 증인 신문을 통해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를 청와대에 무단출입하도록 허용했는지, 제2부속실 소속이었던 두 행정관이 사실상 최 씨를 보좌해온 사실이 있는지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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