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으로 위기극복 기업들] SPA업계, 가격·디자인 정체성 버리고…배신이 성공을 만들었다

입력 2017-01-0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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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브랜드와 콜라보로 성공

작년 11월 3일 오전 8시, 명동에 있는 SPA H&M 매장 앞에는 100여 명의 인파가 긴 줄을 선 채 매장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는 전날부터 텐트를 치고 매장 앞을 지켰다. H&M이 프랑스 명품 브랜드 겐조와 협업해 만든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H&M은 1년 전에도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망과 협업한 제품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며 이른바 ‘발망 대란’을 만들기도 했다. 당시에는 일주일 전부터 매장 앞에서 노숙을 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발망 브랜드 제품을 일반 가격의 10분의 1 수준에 살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H&M은 2004년부터 매년 11월에 명품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여왔다. 2004년 처음 칼 라거펠트와 협업했을 때 명품과 SPA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 패션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2005년에는 스텔라 매카트니, 2006년엔 빅터 앤 롤프 등 명품업체 디자이너와 협업했고, 2013년에는 이자벨 마랑, 2014년에는 알렉산더 왕과 함께했다.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SPA의 정체성을 버리고 명품과 손잡은 업체는 H&M뿐만이 아니다. 일본 국민 캐주얼 유니클로는 2009년부터 유명 패션 디자이너 질 샌더와 3년 동안 협업했다. 최근에는 ‘유니클로 U’라는 이름으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출신 디자이너와 새로운 콜렉션을 선보였다. 크리스토퍼 르메르는 지난 6월 유니클로의 아트 디렉터로 임명돼 현재 파리 R&D센터에서 유니클로 디자인을 비롯한 상품을 개발한다. 그동안 SPA와 명품 간 협업은 종종 있어왔지만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를 전담으로 영입한 것은 유니클로가 처음이었다.

SPA의 광폭 횡보는 안주하고 있는 기존 의류 업체들을 위협한다. 미국 의류 브랜드 아메리칸어패럴은 지난 10월 파산호보 신청을 한 뒤 지난 달에 두 번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1년 만에 두 번이나 파산보호를 신청한 이유는 수년간 이어진 적자를 극복하지 못해서다. 아메리칸어패럴뿐 아니라 에어포스테일과 퀵실버, 퍼시픽선웨어오브캘리포니아 등 미국 의류업체들이 지난 2년 새 줄줄이 파산했다.

국내 H&M 매장 앞에 구매 행렬이 이어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미국 캐주얼 브랜드 아베크롬비앤드피치는 한국에 출점한 지 3년 2개월 만에 철수한다. 이에 앞서 아베크롬비는 작년 11월에 홍콩 플래그십스토어도 폐점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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