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지금] 총리직 4선 도전 메르켈, 앞길은 험난하다

입력 2016-12-12 10:54 수정 2018-02-0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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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세르비아 대사

“2016년 세계는 강하고 안정되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약하고 불안정해졌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2월 6일 기독교민주당(기민당, CDU) 전당대회에서 행한 연설 중 일부다. 시리아 전쟁, 테러 발생, 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을 내포한 말이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받고 있다.” 메르켈은 “총리직 재도전은 나라와 당 그리고 나를 위해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국내외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은 도전해야만 한다’고 조언해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면서, “이제는 당신들이 나를 도아줘야만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은 “2015년 늦여름의 상황(난민 대량 유입)은 다시는 발생할 수도 없고 발생해서도 안 된다”며 난민 정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독일에서 무슬림 여성의 얼굴과 전신을 감추는 ‘부르카’ 착용 금지를 찬성한다고 말해 당원들의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전당대회에서 “정부의 정책이 예전보다 중도 좌파로 전향되었으며, 좌측에서 얻는 표보다 우측에서 잃는 표가 훨씬 많다”는 비판에 대해, 메르켈은 당원들의 비판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우파를 겨냥한 정책이 많이 포함될 것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메르켈은 또 유럽연합에 대해 “유럽 통합은 전쟁과 평화의 문제”라고 했던 헬무트 콜 전 총리의 말을 인용하면서, 현재 세계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유럽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인류 역사에서 60년이라는 유럽 통합의 역사는 “눈을 한 번 깜빡거린 정도”라면서, 유럽은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유럽 통합을 지속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전당대회에서 89.5% 찬성으로 기민당 당수직에 재선출되었고, 당수가 총리 후보가 되는 관행에 따라 2017년 9월 실시될 총선의 총리직 4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기민당 당수로 아홉 번째 연속 선출된 메르켈의 당수 선출 지지율은 최고 97.9%(2012년), 최저 88.4%(2004년)였다. 메르켈은 2000년부터 기민당 당수직, 2005년부터 독일 총리직을 각각 수행 중이다.

최근 유럽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반EU 정서를 대변하는 극우 성향의 정치 기반이 확대되고 있고, 주요 유럽 국가의 정부 수반 대부분이 교체되고 있다. 2016년 6월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캐머런 총리가 물러나고 메이 총리 취임, 국민의 지지율 저조로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은 내년 치러질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 패배로 총리직을 사임하고, 12월 11일 후임에 젠틸로니 외교장관이 지명됐다. 나아가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주요 서방 국가의 정치 지도자 중 2017년까지 현직에 있을 정치가는 메르켈 총리가 유일하다.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인 11월 16일 임기 중 마지막으로 독일을 방문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은 임기 중 가장 훌륭한 파트너였으며, 분석력이 뛰어나고 신뢰할 수 있는 정직한 지도자”라고 언급했다. 또 “메르켈은 유럽에서 가장 장기간 신뢰받고 있는 정부 수반으로, 서구의 가치를 위해 투쟁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서방 세계의 가치 수호를 위한 메르켈 총리의 역할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메르켈이 차기 총리로 당선될지도 미지수이지만, 만약 당선된다 할지라도 EU를 이끄는 쌍두마차인 프랑스나 주요 협력 파트너인 이탈리아에 탈EU 정책을 추구하는 극우 성향의 정부가 들어선다면 메르켈 혼자서는 유럽연합의 위기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독일의 의원내각제 정치제도는 장기 집권 총리를 배출하기도 하지만, 단독 집권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구성과 정책 결정을 위해 다른 정당과의 협상과 타협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장기 집권에도 일당 독재를 막을 수 있는 제도다. 지금까지 가장 오랫동안 총리직을 수행한 헬무트 콜 전 총리는 16년간 집권했다. 만약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17년 총선에서 4선 연임에 성공한다면 총리 재직기간이 역시 16년이 될 것이다.

독일의 정당제도와 선거제도는 우리나라의 정치가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파악·연구해 민주적인 좋은 제도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일부 제도는 우리 선거제도에 반영되기도 했다. 선거제도는 각국의 역사와 문화에 따라 변경되고 발전되지만, 현재 불안한 한국 정치 상황에서 장기간 발전과 안정을 유지하는 독일의 정치제도와 선거제도를 참고해 볼 만하다.

연방공화국인 독일의 연방의회는 연방하원(Bundestag)과 연방상원(Bundesrat)으로 구성된다. 연방하원은 국민들의 직접 투표로 구성되는 반면, 연방상원은 16개 연방 주정부가 인구 수에 비례해 파견한 대표단으로 구성된다.

연방하원 선거에서 제1당이 된 정당의 대표는 연방대통령으로부터 연방정부 구성을 위임받는다. 정부 구성에는 연방하원의 과반수 확보가 필수이기 때문에 단독 집권이 불가한 현재 상황에서 다른 정당과의 연정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연정 협상을 통해 정부가 추진할 정책을 조율하고 각료의 배분이 결정된다. 연정 협상 종료 후 제1당의 대표는 연방대통령의 제청으로 연방하원에서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연방총리로 선출된다. 연방각료(하원의원 겸직)는 총리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연방각료는 총리와 4년간 임기를 같이하고, 소관업무를 자기 책임하에 독자적으로 시행한다.

연방하원에는 정당 중 지역구 의원 3석 이상 또는 전국 득표율 5% 이상인 정당만이 진출할 수 있다. 연방하원은 독일 전국의 299개 지역구에서 선출된 직선의원과 동일한 숫자인 299명의 비례대표로 구성된다. 독일의 선거제도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연방하원의 의석 배분 제도다. 선거 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사표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독일의 의석 배분제도는 매우 특이해 외부인이 이를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연방하원 선거 시 유권자는 두 개의 투표권을 행사한다. 제1 투표는 지역구 의원 ‘개인’에 대한 투표이고, 제2 투표는 ‘정당’에 대한 투표다. 의석 분배는 각 정당의 득표율(제2 투표권)로 결정된다. 연방주별로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 수가 각 정당에 배분된다. 각 정당은 배분된 의석 수 중 지역구에서 제1 득표를 한 자당 후보에게 의석을 우선 확정한 후, 남은 의석에 비례대표 명단 순서에 따라 의석을 결정한다.

만약 정당에 배분된 의석 수보다 지역구에서 직접 제1 득표자가 된 숫자가 많을 경우에는, 지역구 당선자는 모두 의석을 배분받고 비례대표는 없다. 이렇게 정당 지지율에 따른 의석 수보다 지역구 직접 당선자가 많을 경우에는 의회에 ‘추가 의석’이 발생한다. 즉 지역구의 제1 득표자는 반드시 의석을 받게 된다. 지역구에서 제1 득표자를 한 명도 내지 못한 정당은 정당 지지율에 따라 배분받은 의석 수를 모두 비례대표 명단에서 채운다. 비례대표 명단은 연방주별로 작성되며, 지역구 출마자도 동시에 비례대표 명단에 포함될 수 있다(콜 전 총리는 지역구에서 당선되지 못하고 대부분 비례대표로 당선된 사례로 유명하다.).

독일의 선거제도는 국민들의 정당 지지에 대한 사표를 방지해 다양한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의미가 있다. 승자독식 제도로 다른 편을 지지한 국민의 의견이 무시되는 현상을 막겠다는 민주적인 제도다. 독일 선거제도에서는 우리나라처럼 특정 지역에서 한 정당이 모든 의석을 독차지해 지역감정이 악화되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상황이나, 최근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처럼 국민들의 직접 투표에서 270만 표 이상 앞섰던 힐러리 클린턴이 승자독식 선거인단 제도로 선거에서 패배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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