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추미애 대표의 이상한 행보

입력 2016-11-1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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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추미애 대표는 14일 아침, 갑자기 여야 영수회담을 청와대에 제안했다. 그러다가 다음 날 의총에서 반대하니까 영수회담을 취소했다. 그런데 추미애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정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추 대표는 얼마 전까지도 대통령의 2선 후퇴 없이는 영수회담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을 보면, 청와대가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선언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현상 유지를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입장이 모호하다. 그럼에도 추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한 걸 보면,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일단 추 대표는 영수회담을 제안하며 하야하라는 국민의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런 명분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1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서울 도심에 나와 촛불을 들었음에도 청와대가 민심을 못 읽었다면, 추 대표가 대통령을 만나봤자 별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본인이 100만 명의 국민보다 더 민심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지나치게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영수회담을 제안한 시점도 문제다. 검찰이 15, 16일 양일 중에 대통령을 조사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오히려 대통령에 대한 조사 시점을 늦추게 만들 뻔했다. 이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영수회담 자체가 사실상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주장과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입지를 살려줄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영수회담이라는 이름하에 만나는 것 자체가, 국내 정치 상황에서 대통령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영수회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들의 주장과는 상반된다.

또한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다른 야당에는 통보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일 이런 것이 사실이라면 제1야당 대표가 야당과의 공조를 파기하는 듯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종합해 볼 때, 지금과 같이 야당끼리의 공조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렇듯 추미애 대표의 최근 행동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추 대표의 ‘덜컥 행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추 대표가 민주당 대표에 취임했을 때,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겠다고 했었다. 당시 추 대표의 이 행보 역시 제동이 걸렸다. 그래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예방도 무산됐는데, 이런 걸 보면 추 대표의 정치적 행보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점이 또다시 나타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 이유는 이렇다. 지금 야당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야당이 오락가락하면 국민 입장에선 정치권 전반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추 대표의 행보가 정치공학적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의구심마저 갖게 되면, 국민들의 배신감은 더욱더 커질 수 있다. 가뜩이나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마저 문제적 모습을 보이면,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감만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증폭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현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는 정치권을 완전히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이번 영수회담 무산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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