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미셸 부커의 ‘회색 코뿔소가 온다’

입력 2016-10-3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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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백조’ 이면의 개연성 높은 위기들

불시에 닥치는 위기는 드물다. 대부분의 위기는 사전에 다양한 징후들이 발생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징후에 눈을 감아버린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위기의 뿌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발간돼 화제가 되었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블랙스완’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발생 후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는 ‘검은 백조(블랙스완)’에 주목한다. 검은 백조는 인간의 예측 능력을 벗어나는 위험을 말한다.

미셸 부커의 ‘회색 코뿔소가 온다’는 검은 백조 현상의 이면에는 개연성 높은 일련의 위기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위기는 명백한 위험요소들이 방치된 결과, 즉 예고된 위기의 결과물이다. ‘회색 코뿔소’는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소개된 용어로, 사전에 경고 신호를 계속 보내는 위기를 의미한다.

“회색 코뿔소는 당연히 알아채야 하지만 자주 놓치는 위험 혹은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위험을 말한다. 또한 이것은 위험 신호를 일부러 무시하고, 위기에 일찌감치 대응하지 않는 태도를 당연시하고 이를 부추기는 시스템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에게 닥칠 경제 위기와 같은 것은 지평선에서 한가하게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코뿔소처럼 멀리 있는 위험이다. 위험 요소가 근접할수록 이를 막는 비용은 증가한다. 코뿔소 새끼에게 접근하는 관광객을 본 수컷 코뿔소가 관광객에게 돌진하는 상황을 예상해 보라. 무려 2톤가량의 코뿔소가 40마일 속도로 질주하는 모습은 재앙 그 자체다. 관광 가이드는 만약 코뿔소를 만나면 어떻게든 움직여야지 얼어붙은 상태로 멈춰 있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돌진하는 코뿔소를 보면 얼어붙은 채 가만히 있기 때문에 화를 당하고 만다. 일단 위험에 처하면 이를 막는 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모든 사람이 위험에 신속히 대처한다면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위기가 목전에 닥쳐 해결 비용이 가장 많이 발생할 때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조치를 취한다.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회색 코뿔소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크다. 우리 사회는 확실히 눈에 보이고 예측 가능한 경제적 위기 가능성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 따라서 분명히 눈에 보였을 위험 징후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 자체가 회색 코뿔소 현상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책의 1·2장은 확연하지만 우리가 의도적으로 피하는 위험인 회색 코뿔소의 실상이 무엇인지, 또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인간의 속성은 어떤 것인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3장과 4장은 위기를 예방하지 못하고 놓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왜 회색 코뿔소를 보고도 대응하지 않는가를 다룬다. 5장부터 10장까지는 회색 코뿔소가 돌진해 올 때 들이받히지 않는 방법을 제시한다. 개연성이 높고, 충격이 크며, 분명한 위험 요소에 대응하는 방법은 여섯 단계로 구성된다. △코뿔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코뿔소의 성격을 규정해야 한다.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물지 말고 실행 가능한 작은 변화를 단계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바람과 같은 방향을 유지하면서 멀리 보이는 위협 요소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포착하는 사람, 문제를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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