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명과 변명 사이

입력 2016-10-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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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자본시장부 기자

퇴근시간이 가까워질 즈음이면 어김없이 기자의 휴대전화에 문자 메시지가 한 통 들어온다. “(보도해명) ○○신문 ~제하 기사 관련.”

기자가 담당하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사실이 아닌 보도 내용을 바로잡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자료를 낸 것이다. 해명 보도자료에서 금융당국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혀 결정된 바 없으므로(또는 사실과 다르므로) 보도에 신중하라”거나 “논의 중이고 결정된 바 없으므로 보도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또는 검토 중이나 아직 미확정이다)”는 식이다.

전자는 언론 보도가 사실상 오보임을 지적하는 것이다. 후자는 보도 내용을 일부 시인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발표하기에 시기상조이거나 껄끄러운 상황이라는 점을 은연 중 나타낸다.

명백히 사실 관계가 잘못된 내용이라면 바로잡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 빈도가 너무 잦은 데서 의문이 생긴다. 금융위가 올해 국회 국정감사 요구자료로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내용을 보면 지난해 3월 임종룡 위원장 취임 이후 언론 기사에 대한 해명자료만 총 154건이다. 금감원은 진웅섭 원장 취임 이후 84건의 보도 해명자료를 냈다.

휴일을 제외하면 금융당국이 이틀에 한 번 이상 언론 기사에 반박하고 있는 셈이다. 국정감사 등 당국 수장에 대한 평판이 예민한 시기에는 하루에도 서너 건씩 해명자료가 날아온다.

기자들은 정말 아무런 근거도, 확인도 없이 ‘특종’ 경쟁에 목숨을 걸고 연일 오보를 생산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금감원은 한 매체의 ‘금수저 특혜채용 의혹’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오보 임을 알리는 해명자료를 냈다. 그러나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진 원장은 다른 전문직군과 달리 변호사의 경력 요건만 일시적으로 완화된 점, 완화했던 채용 요건이 최근 다시 강화된 이유 등에 대해 속 시원히 답하지 못했다.

특혜 의혹을 받는 변호사의 아버지인 전 정무위 국회의원과 전임 최수현 원장이 막역한 사이라는 것이나, 진상조사를 하겠다면서도 당시 인사권자들이 현역 부원장보, 부원장으로 근무하는 상황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은 없었다. 언론과 국회의 합리적 의심은 정말 전혀 사실이 아니었을까?

금융위 역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 이슈에서 연일 언론 보도에 대해 ‘긍정적 해석’과 ‘미확정’ 태도로 일관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논점을 비켜가는 특유의 화법에 대해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기사에 대한 평가는 언론과 정부를 지켜보는 국민이, 일반 독자가 해야 한다. 사실 관계 적시를 넘어선 정부의 지나친 ‘해명’은 이미 드러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변명’일 뿐이다. 한 나라의 금융당국이 변명을 입에 달고 살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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