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책 세우고자 만든 정부의 ‘대책 없는’ 보고서

입력 2016-10-1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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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린 산업1부 기자

“대책 없는 컨설팅 보고서를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고 발표하고, 이를 따르라고 하니 답답합니다.”

지난달 말 정부는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 용역을 맡겨 작성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컨설팅 보고서는 대표적인 공급 과잉 품목 4가지 △테레프탈산(TPA) △폴리스티렌(PS) △합성고무(BR·SBR) △폴리염화비닐(PVC)에 대해 생산량을 줄이거나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이미 보고서에서 제시된 품목은 업계가 수년 전부터 사업 재편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시행해왔던 품목이다. 4가지 품목은 현재 국내 석유화학 업계 전체 생산 규모에서 약 10% 남짓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머지 품목들의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TPA의 경우 정부는 100만 톤 추가 감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감축 방안은 업계 자율에 맡겼다. 방향성에 대한 제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업계의 현황과 업체별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정부는 보고서에 대한 지적에 대해 “보고서에 나온 방안들은 모두 업계 관계자들과 논의를 거쳐 도출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말처럼 업계와 소통해 나온 보고서라면 이렇게 불만이 쏟아져 나올 리는 없다. 실제 보고서에서 지적한 공급 과잉 품목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지 수일이 지났지만, 정부가 다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겠다는 태도다.

해법으로 내놓은 보고서가 업계로부터 신뢰성과 실효성을 의심 받는다면, 다시 한 번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세계 경기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석유화학 업계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구조조정 방안부터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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