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은행 파업 몰고 온 ‘성과연봉제’ 뭐길래?

입력 2016-09-2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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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하루, 합법 파업에 들어갑니다.”

서울 중구에 있는 A 은행의 대고객 안내문입니다. 내일 금융노조 총파업으로 영업점 혼잡이 예상된다며 미리 업무를 처리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네요. 다행히 오늘은 잠잠했는데요. 내일 큰돈을 이체하거나, 신용대출을 받아야 할 분이라면 난감하게 됐네요.

*성과연봉제: 직원들의 업무 능력 및 성과를 등급별로 평가해 임금에 차등을 두는 제도.

은행원들이 일손을 놓고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는 이유는 성과연봉제 때문입니다. 노동개혁에 칼을 빼 든 정부가 ‘연차 따라 저절로 월급이 오르는 연공서열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죠. 간부는 물론, 일반직원들까지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원들도 완강합니다. 쉬운 해고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보거든요. 단기성과에 매달리게 되면 그 피해가 고객에게 돌아갈거라며, 2차ㆍ 3차 파업까지도 예고한 상태입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요?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앞서 양쪽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봐야겠습니다. (성과연봉제에 대한 주요 쟁점을 인터뷰 형식으로 각색했습니다.)

(출처= 금융감독원ㆍ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출처= 금융감독원ㆍ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 정부 “철밥통 지키겠단 얘기밖에 더 돼요?”
= 은행이 앞으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지 보여주는 지표가 있어요. 구조적 이익률(순이자 이익+순수수료이익-판관비/총자산)이라고 하죠. 이게 얼마인줄 아십니까? 지난해 말 기준 0.7%밖에 안 돼요. 2004년 1.9%와 비교하면 11년 만에 1.2%포인트나 떨어졌죠. 역대 최저수준입니다.

저금리로 인해 은행 곳간은 점점 말라가는데, 급여와 복리후생, 접대비 등이 포함된 판관비는 오히려 늘고 있거든요. 실제로 2013년 이후 은행의 핵심이익은 5.6% 감소했지만, 판관비는 11.8%나 증가했어요. 희망퇴직을 많이 받았기 때문 아니냐고요? 퇴직비용을 포함하더라도 판관비 증가율이 10%가 넘습니다.

은행의 고용창출 능력을 고려하면 2013~2015년 증권업계가 그랬던 것처럼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기도 어려워요. 따라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은행 수익성을 끌어올려 줄 유일한 카드는 판관비 총액 관리가 가능한 성과연봉제뿐입니다. 예금보험공사와 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주요 금융 공기업들도 이미 시행하고 있잖아요.

◇ 노조 “돈 되는 고객만 골라 받게 될 거예요.”= 제가 이번 달 열심히 일해서 105%의 성과를 냈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런데 동기들 성과가 110%예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해도 전 능력 없는 직원으로 낙인찍히는 거예요. 단기 실적에 목매다 보니, 돈 되는 고객만 골라 받고 무리한 영업도 강행하겠죠. 그 피해는 고객들 몫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정부가 올해 초 국민 재산 증식을 목적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내놨어요. 곧바로 은행원들에게 할당이 떨어졌죠. 열심히 영업했습니다. 여행 상품권에 황금 열쇠까지 주면서 말이죠. 그 결과 6개월 만에 2조8000억 원을 모았어요. 그런데 은행 13곳 중 11곳이 불완전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성과연봉제 결과가 보이지 않습니까?

누가 내 성과를 평가하는가도 문제예요. 가치 평가항목에선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잖아요. 인사권을 지닌 사람들의 ‘줄 세우기’에 악용될 수 있죠. 그래서 대다수의 국민은 이 제도를 반대해요. 금융노조가 전국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는데요. 3명 중 2명이 조기도입에 반대했어요.

우리가 ‘철밥통’을 지키겠다고 이러는 게 아닙니다. 충분히 협의하고 최선책을 찾자는 거예요.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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