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의 구애작전?…미국 애플·독일 다임러 채권도 사준다

입력 2016-09-13 08:29 수정 2016-09-1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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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회사채 매입 목록에 애플과 다임러 등 외국계 회사채가 포함돼 있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영란은행은 300여 개의 유가증권 매입 목록을 공개했다. 앞서 영란은행은 지난달 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의 충격 여파를 최소화하고자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25%로 낮추고 총 700억 파운드(약 103조8200억원)의 채권 매입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중 100억 파운드는 높은 신용등급의 회사채를 사들이는데 쓰기로 했다. 이에 영란은행은 9월 27일부터 18개월 동안 신용등급이 높은 파운드화 표시 회사채를 사들일 예정이며, 이날 그 구입 목록을 공개한 것이다.

WSJ는 이번 영란은행의 채권 매입 목록에서 해외기업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상, 경기 부양을 위해 회사채 매입에 나서는 경우에는 자국 기업 회사채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는 데 영란은행은 다른 중앙은행보다 해외 기업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영란은행은 이번 회사채 매입 대상 선정 기준에 대해 “영국 경계에 상당한 기여한 기업”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회사채 목록은 100여 개 이상의 기업이 발행한 채권인데, 이들 기업의 상당수가 영국에서 법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본사는 해외에 있는 기업들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미국 애플과 메르세데스 벤츠로 유명한 독일 다임러였고, 이 밖에 미국 생명공학기업 암젠과 프랑스 국영에너지 회사 EDF, 덴마크 동에너지 등이 영란은행의 ‘채권 쇼핑 목록’에 포함돼 있었다. 물론 리스트에는 미디어 기업 데일리메일&제너럴트러스트, 에너지기업 BP,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등 영국 기업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은 영국과 달리 회사채 매입 대상을 유로화 표시의 비은행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기업으로 정하고 있다. 영란은행이 채권 매입 프로그램 도입 당시에 본보기로 삼은 일본은행(BoJ)의 경우 “사전에 일본에 인적 자원이나 물리적 자본을 투자한 기업 또는 효율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통해 성장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BoJ는 지금까지 직접적으로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지 않다. 대신 주가 연동형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고 있다.

유럽 역내 금융허브 역할을 해왔던 영국은 그간 해외기업에는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유럽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이라면 이곳에 법인을 두고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해외 기업들이 영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가 하면 다른 EU 회원국으로 법인을 이전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영란은행의 해외 기업 채권 매입은 이들을 붙잡기 위한 영국 정부의 구애작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란은행의 전체 채권 매입 프로그램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지만 영란은행 관계자는 해외 기업 회사채 매입을 통해 이들의 투자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실제로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지난주 의회에 출석해 채권 매입을 비롯한 경기부양책이 회사채 발행을 촉진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와 영란은행 관계자들은 이러한 계획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사무엘 톰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 선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영란은행이 특정 기업의 회사채를 매입해준다고 해서 그 기업이 영국에 새로 투자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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