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완화의 역설] 마이너스 금리에도 되레 저축 늘어...주요국 저축률 사상 최고치

입력 2016-08-1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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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금융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가 역효과를 낳고 있다. 소비 지출 확대를 촉진하고자 도입했지만 소비자와 기업이 지갑을 열기는커녕 되레 저축을 늘리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독일과 일본, 그리고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등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비유로존 3개국의 가계 저축률은 1995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일본 기업들도 수중에 현금을 늘리고 있다. 특히 절약정신이 투철하기로 정평이 난 독일에서는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률이 작년에 9.7%로 상승했다. 이는 10년 새 최고 수준으로 OECD는 올해는 10.4%로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에서 식품가게를 운영하는 하이케 호프만 씨는 유럽중앙은행(ECB) 2년 전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0.1% 수준으로 낮췄을 때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고 즉시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금을 샀다고 WSJ에 말했다. 충분한 노후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저축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정책 효과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의 목표 미달로)인플레율이 낮기 때문에 저축이 늘어나고 있고, 더구나 고령화 때문에 자연스레 저축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여기다 중앙은행이 정책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은 점 등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문제는 마이너스 금리 자체에 있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금리가 경제 성장 전망과 중앙은행의 대응 능력에 대한 우려를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크로스 자산 수석 투자전략가 앤드루 시트는 “사람들이 차입과 지출을 늘리는 건 미래에 자신감을 가질 때 뿐”이라며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라는 미지의 영역에 돌입함으로써 정책은 실제로 (사람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금융 위기 이후 좀처럼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중앙은행에게도 큰 도박이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성공 여부는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해 이미 대규모 채권 매입을 실시, 수중의 카드는 거의 바닥난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다음 카드는 금리 인상이지만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향후 위기가 닥칠 경우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지난 4월 사상 최저였던 기준금리를 7년 만에 더 낮췄지만 마이너스 금리 영역에는 발을 들이지 않았다. 마크 카니 총재는 “저축자나 금융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부 중앙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 금리의 실효성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건 시기상조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6월 기자 회견에서 “단번에 나타나기보다는 점차 명확해질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ECB의 브누아 꾀레 이사는 7월 강연에서 “마이너스 금리도 포함한 ECB의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중앙은행의 중기 목표를 향해 끌어올려 경제가 안고 있는 위험의 전반적인 수준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가 낮으면 예금이나 국채 등 안전 자산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와 기업이 지출로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이러한 지출은 재화에 대한 수요를 낳고, 침체된 인플레이션의 가속화와 경제 성장에도 기여한다.

하지만 가계 뿐만 아니라 기업도 현금을 쌓아두고 있으며, 저금리 환경에서도 대출에 의존하지 않는 경영을 계속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일본의 비금융 법인 기업이 보유한 현금·예금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해 199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가 신용평가 대상 기업에 대해 정리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중동 아프리카의 비금융 법인 기업의 현금 잔고는 작년 12월 시점에 9210억 유로로 전년 대비 약 5% 늘었다.

독일 산업가스 대기업인 메서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괴상한 정책은 새로운 투자 의욕 감퇴로 이어질 것”이라며 “되레 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는 부채 감소에 따라 올해 투자 규모를 매출의 12.5%로 낮췄다. 2010년에는 20%가 넘었었다.

도시샤대학 대학원 교수인 하마 노리코 씨는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은 사람들의 행동을 간파했다”며 “예금을 늘리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기 시작한 2월 가계 지출은 1.2% 증가로 크게 성장했지만 이후 4개월간은 침체된 상태가 이어졌다.

저축 증가에 대해서는 다른 요인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저유가와 성장 부진에 따른 낮은 인플레이션으로 재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남은 돈을 단순히 저축을 돌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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