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폭염에도 끝이 있다

입력 2016-08-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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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릴 때 더워 죽겠다고 칭얼대면 난 늘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 춥니? 하나도 안 춥지? 추웠던 지난 겨울을 떠올리면서 ‘춥지 않으니 얼마나 좋은가’ 생각해 봐. 아빤 그렇게 생각하면 더위, 참을 만하더라.”

그런데 올해는 그런 우스갯소리를 할 엄두가 안 날 정도로 덥다. 연일 찜통더위다 가마솥더위다 불볕더위다 불판더위다라며 야단들이다. 입추(立秋)를 비웃기라도 하듯 폭염은 그칠 줄을 모른다. 쇼핑센터나 극장, 카페를 찾아 더위를 피하기도 하고, 휴대폰에 장착하는 미니 선풍기나 냉찜질 팩으로 더위를 식혀도 보지만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고들 아우성이다. 불쾌지수까지 높아 사소한 일로도 짜증과 화가 폭발해 ‘폭염 범죄’가 늘어난다고 한다.

더위로 잠을 설칠 경우 술을 마시거나, 컴퓨터, 텔레비전 시청으로 잠을 한숨도 못 자면 신경이 더욱더 예민해지고 감정 조절이 잘 안 된다. 낯선 여행지에서 익숙지 않은 렌터카로 졸음운전을 하다 끔찍한 사고를 당한 가족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폭염으로 인해 가족 간의 불화나 부부싸움도 증가하고 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칠 일도 푹푹 찌는 더위 앞에서는 참아내기가 어렵다. 전기요금 걱정에 마음 놓고 에어컨을 펑펑 켤 수도 없으니 그것 또한 싸움의 원인이 된다. 모처럼 가족끼리 휴가를 즐기자고 떠난 여행에서 쌓였던 갈등이 폭발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내다 보면 의견이 다르고 감정이 맞부딪치기 때문이다. 폭염 때문에 이혼 건수가 는다는 통계는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가족 간의 마찰이나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서로를 자극하는 말과 행동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네 잘못, 내 잘못이 아니라 더위나 상황 때문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는 것을 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피로가 겹쳐서 힘들 때나 주말에는 외식을 하거나 간편식, 배달 음식을 먹어 불 앞에서 땀 흘리는 아내의 수고를 덜어주는 배려도 필요하다.

꼭 어디론가 떠나 돈을 써야만 휴가가 아니다. 휴가 때 해외여행이나 국내여행 등 어디에 갔다 왔다며 과시하고 비교하는 시대는 지났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집에서 더 편안하게 가족과의 시간을 즐길 일은 없는지 찾아볼 일이다.

선풍기와 에어컨을 틀어놓고 가족끼리 모여 앉아 영화 한 편 내려 받아 감상하는 것도 좋다. 거실에 폭신한 요를 깔고 온 가족이 벌렁 누워 캠핑 기분을 내면서 옛날 얘기로 웃음꽃을 피울 수도 있다. 자주 뵙지 못하는 부모님이 손주들을 보고 싶어 한다면 부모님 댁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주말을 지내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들 얼굴 보여 드리는 효도도 하면서 전기료도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땀 흘리며 퇴근하는 남편이나 아내를 위해 아이들과 함께 현관으로 나가 반갑게 맞으면서 냉장고에서 얼린 물수건이라도 한 장 건넨다면 이 여름이 한결 시원하지 않을까?

올해가 가장 뜨거운 지옥 같은 한 해로 느껴지겠지만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웠다는 1994년에도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매년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찾아오는 가을과 겨울을 생각하며 더위를 달래 보자. 그리고 나 때문에 가족이 화가 나거나 짜증 나는 일은 삼가고 나로 인해 가족이 웃고 힘을 낼 수 있는 여름을 만들어 보자.

가족의 따뜻한 격려와 칭찬이 시원한 바람이고, 화목한 가정이 최고의 보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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