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인상폭이 줄어든 6470원으로 결정되면서 노동계는 당장 저임금 근로자들의 절박한 생계난을 외면한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소 두 자릿수 인상을 기대했던 노동계는 위원직 사퇴와 총파업 등 강력한 투쟁을 벌일 방침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은 16일 새벽 최저임금 결정 발표가 난 직후 성명을 내고 “내년도 최저임금은 사용자측 요구안으로 결정됐다”면서 “두 자리수는 커녕 전년도 8.1% 인상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악의 인상율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새벽 3시30분 경 열린 16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사용자위원 측이 제시한 7.3% 인상안을 표결에 부쳐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6470원으로 결정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35만223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이날 의결된 최저임금 인상률 7.3%는 올해(8.1%) 보다 낮아진 수준이다. 또 2011년부터 이어지던 인상슐 상승 추세도 꺾이게 됐다.
2007년 12.3%였던 최저임금 인상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경기둔화와 함께 8.3%(2008년), 6.1%(2009년)에 이어 2.8%(2010년)까지 떨어졌다. 이후 가계소득의 위축으로 내수가 살아나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최저임금 인상률은 5.1%(2011년), 6.0%(2012년), 6.1%(2013년), 7.2%(2014년), 7.1%(2015년)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8.1%도 지난해 인상률을 뛰어넘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7.3%는 최저임금 인상 폭을 놓고 팽팽하게 맞선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을 최대한 절충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세계 각 국에서 최저임금 인상 바람이 거세게 불고, 20대 총선에서는 여야 모두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노동계는 그 어느 때보다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품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마찬가지로 경기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현재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대량으로 실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글로벌 대형 악재로 세계 경기침체가 심각해져 국내 경기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론은 갈수록 힘을 잃어갔다. 결국 공익위원들은 이러한 요인들로 최저임금을 올리면 중소기업ㆍ자영업자의 경영난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보고 노동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근로자위원직 사퇴와 항의 집회 등 강력한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양대노총은 “대통령이 100% 임명하는 허울뿐인 9명의 공익위원들이 있는 한 정상적인 최저임금 심의가 진행될 수 없다”며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제도개선 투쟁과 함께 2018년 최저임금은 반드시 1만원을 쟁취하겠다”고 엄포했다.
경영계도 불만을 나타내긴 마찬가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비록 사용자위원이 제시한 최종안으로 의결됐으나, 이는 공익위원들의 지속적인 증액 요구에 따라 제시된 것으로 사실상 공익위원안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 근로자의 86.6%가 일하고 있는 30인 미만 사업장이 매년 2조 50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ㆍ중소기업의 부담을 한층 더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