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한국, 화이트컬러 범죄에 이례적 강력 대응”

입력 2016-07-0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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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검찰이 기업 임직원에 대해 잇달아 수사와 기소에 나서는 등 화이트컬러 범죄에 이례적으로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기업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은 강력한 민사적 처벌을 가할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형사적 제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NYT는 보도했다.

NYT는 대표적인 예로 옥시레킷벤키저의 독성화학물질이 함유된 가습기 세척제 판매로 인한 피해사례를 들었다. 독성화학물질이 함유된 가습기세척제를 판매해 95명의 유아와 임신부가 사망하고 수백 건의 피해에 대해 조사 중인 이 사건의 경우, 정부 관계자가 지난 2011년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인체에 안전하다’고 거짓광고를 한데 대해 4만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데 그쳤다고 전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후 피해자와 가족들의 분노가 달아올라 박근혜 정부에 정치적 부담이 될 만큼 위협이 되자 박 대통령이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고 검찰이 기업 간부들을 소환, 3명을 구속하고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독성 가습기 세척제 사용으로 폐가 손상돼 고통을 받고 있는 딸을 둔 강찬호 씨의 말을 인용,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이상한 상황이며 우리는 기업은 물론 정부로부터 무시당했다”면서 피해자들이 그간 국가적인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또 이와 유사한 사례로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사태를 소개했다. 환경부가 배출가스 테스트 때 속임수를 사용한 폴크스바겐에 대해 한국에서 판매된 12만5000대를 리콜하도록 명령했지만 벌금은 1230만 달러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관련 법이 자국의 자동차메이커를 보호할 목적으로 제정돼 자동차가 아무리 많이 팔렸더라도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한 차량에 대한 벌금은 모델 당 86만7000달러(10억원)을 초과할 수 없도록 되어있었기 때문이며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벌금을 870만 달러로 10배 정도 높였다고 전했다.

NYT는 미국에서는 청정공기법을 위반한 차량이나 엔진 1대당 3만7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어 폴크스바겐에 부과될 벌금이 180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한국의 상황과 비교했다.

한국의 환경부는 이에 따라 올해 초 폴크스바겐 코리아의 경영자를 검찰에 고발,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여 폴크스바겐이 보다 만족스러운 리콜과 보상을 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폴크스바겐 사태를 추적해온 대림대학의 김필수 교수는 “국민들이 분노를 해도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검찰청이 개입토록 고발하는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NYT는 한국에서는 상습적으로 법을 위한 기업에 대한 벌금이 얼마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최근까지 법원은 뇌물, 횡령, 탈세 등의 혐의가 있는 재벌에 대해서도 기업 경영과 국가 경제에 충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집행유예판결을 내릴 정도로 기업에 관대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경제 발전에 매진해온 한국의 전통이며, 한국 전쟁이 끝난 후 수 십 년 동안 군사독재정부는 세금, 전력, 대출 및 노동 탄압 등을 통해 기업, 특히 몇몇 재벌들에게 특혜를 줬다고 덧붙였다. 또 집단소송과 법적 보상도 제한적이라고 보도했다.

1년 전 한국법제연구원이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는 절반 이상이 기업이 법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3분의 2 이상은 환경오염에 대한 기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할 정도로 한국인들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와 같이 화이트컬러 범죄에 대해 징벌적 배상을 적용하는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위해 1000여명의 변호사로부터 서명을 받은 김현 전 서울변호사협회 회장의 말을 인용, “수 십 년간 지속된 경제개발 중심의 국가전략으로 인해 법 체제가 기업을 보호하는 쪽으로 너무 치우쳐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반해 이철행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의 말을 인용, “미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에 대한 소송이 남발되면서 많은 시간과 자금을 낭비하게 될 것”이라는 기업측의 상반된 입장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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