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빴던 롯데 압수수색 24시간' 들여다보니… 수상한 3부자 '출국ㆍ입원'에 '김앤장' 선임까지

입력 2016-06-12 13:5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수사와 동시에 변호사 선임 '일사천리'… 사전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여기는 어떤 부서냐. 휴대폰은 끄고 모두 자리에 앉아 달라. 당장 문을 열어 달라."

지난 10일 오전 9시 서울 소공동 롯데쇼핑센터빌딩.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호텔롯데·롯데백화점 본사 등이 입주한 이 건물에 검찰 수사관이 들이닥쳤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 소속 검사와 수사관 30여명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21층부터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수사관들은 각 부서별로 휴대전화를 수거한 뒤 컴퓨터 자료 복사와 책상 위 서류 수거 등을 진행했다. 주로 기획, 재무 관련 부서들이 집중 타깃이 됐다는 게 롯데측의 전언이다.

수색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직원들은 오전 9시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불과 몇 분만에 컴퓨터 등에서 손을 떼고 자리를 비워줘야했다. 특히 롯데그룹이 자료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사내 컴퓨터에서 USB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놓은 탓에 이를 푸는 데만 몇십 분이 걸렸다. 이후 컴퓨터 자료 복사 중에는 검사나 수사관이 직원의 자리에 앉고, 해당 자리의 원래 주인인 임직원은 보조의자로 옆에 앉아 압수수색 과정을 지켜봤다.

본사 26층과 25층도 이날 압수수색의 주요 대상이었다. 26층은 신동빈 회장과 이인원 부회장 등 핵심 경영진의 집무실이 있고, 25층에는 비서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25층, 26층은 24층에서 아이디카드(직원출입증)로 인증을 받은 뒤에야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검찰과 롯데 직원들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 수사관 몇 명이 지나가는 임직원에게 "당장 문을 열라"고 소리를 치면서 시비가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관들은 롯데측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24층에서 강제로 출입문을 열고 25층, 26층으로 향했다.

같은 시각 시작된 서울 양평동 롯데홈쇼핑, 가산동 롯데정보통신·롯데피에스넷, 잠실 롯데시네마, 남대문로 대홍기획 등의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이날 투입된 검사와 수사관만 200여명에 달한다. 신격호 롯데그룹의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롯데호텔 34과 신동빈 회장의 평창동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평창동 자택은 허사였다. 검찰은 관리사무소 측에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한 뒤 열쇠공을 불러 문을 따고 들어갔지만, 신 회장이 이곳에 살지 않은지는 2년 정도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검찰은 신 회장 집에서 세 시간이나 압수 수색을 벌였고, 심지어 침실까지 샅샅이 뒤진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임직원들은 큰 충격 속에 하루 종일 거의 일손을 놓아야만 했다.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는 모두 제자리에 돌아갈 수 있었지만, 컴퓨터 등의 사용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상업무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굳은 표정의 직원들은 사무실 복도에 삼삼오오 모여 수사 배경과 그룹의 현안 등을 걱정하며 웅성거렸다.

압수수색은 자정이 다 되어서야 끝났다. 밤 11시가 넘어 소공동 롯데쇼핑센터 3층 주차장과 양평동 롯데홈쇼핑 사옥 로비 등에서 파란색 압수수색 박스를 카트에 쌓아서 나오는 수사관들의 모습이 목격됐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해 꼬박 16시간이 걸린 셈이다.

▲(왼쪽부터)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왼쪽부터)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재계 5위의 롯데그룹이 그룹 전반에 검찰의 본격적 사정(司正) 대상에 오르기는 사실상 처음이다. 창사 70여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이날 어디에서도 오너일가인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과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날 수는 없었다. 그룹의 2인자 격인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과 '신동빈의 남자'로 불리우는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시각 신 총괄회장은 병원에 입원해있었고, 신 전 부회장은 그 곁을 지키고 있었다. 신 회장은 해외출장길에 오른 상태였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롯데그룹의 '심장'인 정책본부가 검찰 압수수색 직후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변호사로 선임했다는 점이다.

압수수색과 동시에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주도 면밀한 행보를 보이면서 롯데 오너일가 3부자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에 사전 대응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신 총괄회장은 압수수색 하루 전인 지난 9일 서울대 병원에 입원했다. 신 총괄회장은 고열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치료로 현재는 상태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까지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은 모르고 있다는 게 신격호 측의 설명이다.

신 총괄회장의 입원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과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한동안 미열 증세를 보여 일본에 있던 신 전 부회장에 연락을 취했다"며 "신 전 부회장이 8일 입국해 신격호 총괄회장을 상태를 살펴본 뒤 병원 입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 신동주 전 부회장은 성북동 자택에 머물며 신격호 총괄회장을 살피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7일 출국해 현재 멕시코 출장 중이다.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국제스키연맹 총회에 대한스키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예정된 해외출장이였다"며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변호사로 선임한 정책본부는 인원만 400여명으로 이인원 부회장이 본부장을 맡고 있다. 정책본부는 본부장 밑으로 운영실·지원실·비서실·인사실·개선실·비전전략실·커뮤니케이션실 등 7개의 실과 예하 부서로 구성됐다. 황각규 실장은 그룹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수합병(M&A)을 총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마치 검찰 수사를 예견이라도 한 듯 빠르게 김앤장을 선임한 것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오늘(20일)부터 병원·약국 갈 때 신분증 필수…"사진으로 찍은 신분증은 안 돼"
  • "죄송합니다" 콘서트 끝나자 음주운전 시인한 김호중…팬들 반응은?
  • 금리 인하 기대감에 쑥쑥 오른 비트코인…이번 주 이더리움 ETF 승인 여부에 촉각 [Bit코인]
  • “높은 취업률 이유 있네”…조선 인재 육성 산실 ‘현대공업고등학교’ 가보니 [유비무환 K-조선]
  • 오늘은 '성년의 날'…올해 해당 나이는?
  • 대기업 대출 폭증한 시중은행…중기 기술신용대출은 ‘뚝↓’
  • [날씨] '일교차 주의' 전국 맑고 더워…서울·수도권 '출근길 비 소식'
  • 다꾸? 이젠 백꾸·신꾸까지…유행 넘어선 '꾸밈의 미학' [솔드아웃]
  • 오늘의 상승종목

  • 05.20 12:21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2,233,000
    • -0.94%
    • 이더리움
    • 4,274,000
    • -1.63%
    • 비트코인 캐시
    • 673,500
    • -1.89%
    • 리플
    • 709
    • -2.21%
    • 솔라나
    • 239,100
    • -1.44%
    • 에이다
    • 651
    • -2.54%
    • 이오스
    • 1,091
    • -3.71%
    • 트론
    • 169
    • -0.59%
    • 스텔라루멘
    • 147
    • -2.65%
    • 비트코인에스브이
    • 89,950
    • -3.49%
    • 체인링크
    • 23,260
    • +2.33%
    • 샌드박스
    • 593
    • -4.8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