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에 얽매인 보험사 사외이사… CEO 거수기로 전락 위기

입력 2016-04-29 09:32 수정 2016-04-2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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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로부터 기부금 지원을 받은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이사회에 올라온 의결 안건 153건 중 단 1건도 반대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김병도 한화생명 사외이사는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 32건 중 30건 찬성, 2건 기권을 행사했다.

삼성화재 윤영철 사외이사는 이사회 안건 30건 모두 찬성 의사를, 신동엽 사외이사도 27건 안건 모두 찬성 의사를 표명했다. KB손해보험 이봉주 사외이사도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 64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기부금에 얽매인 사외이사들이 기업 경영감시라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외이사가 대주주나 대표이사의 학연과 지연 등 친분에 따라 선발된다는 점은 이런 ‘거수기’논란에 한 몫 했다.

생명·손해보험협회 공시된 ‘사외이사 후보 추천내역’과 경제개혁연구소 ‘금융회사 사외이사 분석’ 을 보면, 현재 한화생명 사외이사 7명 중 3명은 같은 한화그룹 계열사 출신이거나 우호주주 법인 직원이다.

정진세 한화생명 사외이사는 계열사인 한화건설의 전(前) 상무 출신이다. 김장수 사외이사는 현재 우호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청산회수기획부장이다. 박태준 사외이사도 현재 예금보험공사 회수총괄부장을 맡고 있다.

이 밖에 이종학 한화손보 사외이사는 한화종합화학 대표인사 출신, 김준영 삼성생명 사외이사는 계열 법인인 성균관대 전 총장 출신이다.

김호영 현대해상 사외이사는 전 현대해상 부사장 출신이다. 교보생명 김형철·유필화 사외이사는 신창재 회장과 고교동문 사이다.

또한, 사외이사 후보를 결정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위원장을 현 대표이사가 맡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외이사는 사회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추천하고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사외이사 역할과 책임을 명시한‘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금융사는 사추위를 사외이사를 과반수로 해서 구성해야 한다. 사외이사 후보가 대표이사와 대주주에 편향적인 사람으로 추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보험사들은 해당 모범규준에 따라 사추위 내 사외이사를 과반으로 채우고 있다. 대형 생·손보사 8개사를 기준으로 사추위 인원은 3~5명, 이중 사외이사는 2~3명으로 과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정작 영향력이 가장 막강한 사추위 위원장은 사내이사인 대표이사에게 맡긴 상황이다.

대형 생·손보사 8개사 중 5개사(삼성생명·한화생명·농협생명·삼성화재·현대해상)는 현 대표이사가 사추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삼성생명은 김창수 대표이사, 한화생명은 차남규 대표이사, 현대해상은 박찬종 대표이사, 삼성화재는 안민수 대표이사, 농협생명은 김용복 대표이사가 사추위 위원장이다.

반면, 동부화재는 이수휴 사외이사, 교보생명은 유필화 사외이사, KB손보는 신건수 사외이사로 사추위 위원장을 사외이사에게 맡기고 있다. 동부화재는 대형 보험사 8개사 중 유일하게 사추위 전원 3명을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기획팀장은 “해외에서는 사추위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해 사추위 위원장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한다”며 “우리처럼 사추위 위원장을 대표가 맡으면, 대표나 지배주주의 목소리가 후보 추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친 경영진 사외이사가 추천된다는 점에서, 이는 우려스럽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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