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다음 작품은 ‘샘이 깊은 물’

입력 2016-04-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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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현 방송작가

안녕하세요.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로 인사드렸던 김영현 작가입니다. ‘육룡이 나르샤’는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이었어요. 영화계에서는 전편보다 나은 후편은 없다는 징크스가 있지만 ‘육룡이 나르샤’는 그 징크스를 깨고 호평을 받았습니다. 작가로서 로망이었고 모험이었어요. ‘뿌리깊은 나무’의 경우, 한글 창제 자료가 없기 때문에 상상력으로 채워나갔지만, ‘육룡이 나르샤’는 위화도 회군, 조민수, 최영 등 역사적 자료가 촘촘하게 남아있어 상상력이 끼어들 틈이 없었어요. 한마디로 규칙이 복잡한 게임이었죠.

모든 인물들이 하나같이 다 애착이 가요. 특별히 꼽으라면 아무래도 백성이에요. 이방원, 정도전 못지않게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인물들이었고, 이들이 어려운 세상을 관통해 살아남은 힘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방지와 무휼, 분이가 그 대표 인물입니다. 분이는 백성을 살려내기 위해 끝까지 살아 견디는 인물이고, 방지는 한 맺힌 인물이에요. 무휼은 그들보다는 다소 편하게 산 듯 하지만, 백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존재했어요.

차기작에 대한 계획은 없어요. 불투명하지만, 만약 한다면 용비어천가 1장이 ‘육룡이 나르샤’, 2장이 ‘뿌리깊은 나무’이기에 3장 ‘샘이 깊은 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즉 계유정난을 다루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비극적 이야기이고, 선한 인물이 없기에 악인들이 벌이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중심 인물은 바로 세조와 한명회입니다. 세조는 세종이 아끼는 아들이었으나 왕이 된 뒤 변질돼 세종 때의 학맥이 세조 때 다 끊겼어요. 태종과 달리 공신한테 휘둘린 왕이죠. 한명회는 밀본의 변절자이고요. 한 가지 고민은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선인이 없다는 점이에요. 결국 시청자는 싸우는 것을 지켜보는 제3자의 입장밖에 될 수 없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드라마가 성공한 예가 없기에 한다면 모험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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