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상반기 결산... ① 재벌 총수의 명암(明暗)

입력 2007-06-25 13:59 수정 2007-06-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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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지주사 전환 등 '맑음'... 정몽구·김승연 회장 연이은 법정 출두로 '흐림'

2007년 정해년의 해가 밝고 6월 마지막 주에 접어들면서 올해도 반환점을 맞게 됐다.

올해 상반기 동안 국내 재벌 총수들은 국가경제발전과 각 그룹의 성장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바쁜 일정을 보냈지만 1년의 절반이 흐른 현재 그들의 입장은 극명하게 대립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외 현장을 돌며 사업추진현황과 향후 발전을 위한 노력에 매진해도 시간이 모자른 현실에서 사업현장이 아닌 곳에서 여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재벌 총수들이 눈에 띄는 올 상반기였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1심과 2심을 거쳤으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른바 '보복폭행' 사건으로 구속된 뒤 현재 법원의 선고만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직접 법원에 출두하지는 않았지만 사법부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사건으로 허태학·박노빈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에게 각각 징역 3년ㆍ집행유예 5년ㆍ벌금 30억원을 선고했다

◆ 정몽구·김승연 회장 집무실보다 법원 자주 나타나

올해 재계 총수들 가운데 유난히 서초동 법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두 명이 있었다.

그들은 재계총수들의 전형적인 비리 행위인 '비자금 조성'혐의로 법정에 선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왼쪽)과 '빗나간 부정'으로 얼룩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오른쪽)이다.

정 회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거액의 비자금 조성과 계열사에 손해를 끼친 점과 관련,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으며 특히 항소심 공판에서는 지난해 4월 약속했던 '1조원 사회환원'에 대한 구체적인 진행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재판부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경영권 방어 등을 이유로 보석결정을 유지해 경영상의 큰 어려움을 받고 있지는 않다.

검찰과 정 회장의 변호인단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하고 각각 항소를 제기해 항소심에서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였으며, 검찰은 지난 21일 1심 판결형량이 너무 관대했다는 논리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정 회장의 항소심 공판결과는 다음 달 10일 열릴 예정이다.

연초 정 회장의 선고 결과가 관심의 대상이었다면 2분기 들어서면서 그 관심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게로 쏠렸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미국에서 유학 중인 차남 김 모씨가 한국에 일시 귀국했을 때 청담동 주점에서 폭행을 당하자 가해자들을 찾아내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 이른바 '보복폭행'을 가했다.

사건 한 달 후인 4월에 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김 회장과 한화그룹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급속도로 진전, 지난 5일 검찰에 의해 전격 구속 기소된 데 이어 22일 검찰은 김 회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김 회장 사건은 특히 일반적으로 재벌 총수들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검찰과 법원에 섰던 것과 달리 폭행혐의로 경찰과 검찰 등의 수사를 받은 이례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같은 재벌총수들의 잦은 법원 출두는 단순히 개인의 신상에 관한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룹경영의 공백이라는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 회장이 보석결정이 유지돼 그룹경영상 굵직한 현안은 정 회장이 직접 처리할 수 있지만 김 회장의 경우 법원이 변호인단의 보석신청을 허가하지 않아 옥중경영을 지속할 수밖에 없게 됐다.

◆ 최태원 SK 회장 지주사 전환 등으로 '맑음'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의 경우 이미 지난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태로 인해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최 회장은 2007년 상반기는 '순풍에 돛 단 격'으로 쾌속항해를 지속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주주들과 여론으로부터 제기되던 그룹의 지주회사 체제를 지난 4월 지주회사체제 갸개편을 공식적으로 선언, 현 SK(주)를 지주회사인 SK(주)와 사업자회사인 SK에너지로 개편키로 했다.

이같은 SK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은 후일 CJ그룹·한진중공업 그룹 등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발표로 이어지면서 지주회사제도가 새로운 지배구조의 방법으로 자리매김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한 그룹 내 주력계열사 중 하나이며 최 회장 스스로를 영어(囹圄)의 몸으로 만들었던 SK네트웍스가 당초 예정보다 워크아웃에서 조기 졸업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아울러 그룹 제1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SK(주)가 사상 최초로 주가 10만원을 돌파하는 등 연이은 호재가 지속됐지만, 이번 달 들어 가속화된 기름값 상승으로 정유사들에 대한 비난의 여론을 감수해야 했다.

◆ 에버랜드 CB 발행 유죄... 이건희 회장 법정 출두 초미의 관심사

지난 5월 29일 서울고등법원은 허태학, 박노빈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에게 전환사채(CB) 저가발행 공모혐의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벌금 30억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권 승계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경영권 불법승계라는 도덕적 비난은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이 유죄임이 입증됨에 따라 이제 관심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사진)의 법정출두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판결이 있은 직후 이 회장의 소환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안영욱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회장의 소환을 미루겠다는 의사를 내비침에 따라 다시 한 번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국내 재계의 1인자인 이 회장이 자신의 권력을 이 전무에게 승계하기 위한 작업을 수년에 걸쳐 진행하고 있지만 여론과 시민단체 등의 시선이 곱지 않아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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