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해외 출장 거부한 근로자…법원, "해고 사유 안돼"

입력 2016-03-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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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이유 없는 해외출장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은 정당하므로 해고 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휴대폰 케이스 전문업체 모베이스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모베이스는 2014년 11월 조립팀 정규직 직원인 배 씨에게 한 달간 베트남 출장을 가라고 통보했다. 출발일 기준 불과 4일 전이었다. 하지만 배 씨는 시어머니 환갑과 아버지 간병 등을 이유로 출장에 응하지 않았고,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배 씨를 해고했다.

조립팀 관리자인 배 씨가 인력 관리를 제대로 못해 같은 팀의 파견근로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고, 정당한 출장명령을 개인 사정 때문에 수차례 거부했다는 이유였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2014년 12월 배 씨가 낸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조립팀 직원 배모 씨가 베트남 법인으로 출장을 가 교육을 받거나 기술을 배워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회사 측이 아무런 주장을 하고 있지 않다”며 “출장명령이 업무상 필요성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노동운동을 하던 배 씨의 남편이 팀 내 파견 근로자들을 돕는 것을 막으려고 배 씨에게 출장을 명령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배 씨가 출장지시를 받은 2014년 당시 조립팀의 파견근로자들은 회사에 휴업수당 지급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출장을 가면 배 씨는 가족, 친지 등과 떨어져 해외에서 한 달 동안 거주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편을 겪어야 한다”며 “국내 출장에 비해 불이익이 큰 해외출장이 정당화되려면 업무상 필요성이 구체적으로 인정돼야 하는데 특별한 이유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회사 측이 배 씨와 사전 협의 없이 출장 예정일 나흘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해 절차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김규동 행정법원 공보 판사는 “부당한 출장명령에 응하지 않은 것이 징계나 해고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결”이라며 “부당한 출장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출장을 가야 하는 특별한 이유 등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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