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로버트 D. 퍼트넘, ‘우리 아이들’

입력 2016-03-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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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태생’ 골 깊어지는 미국

이 책은 빈자와 부자 사이에 뚜렷한 전선이 형성되어 가는 미국 사회를 그렸다. 로버트 D. 퍼트남의 전작, ‘나 홀로 볼링: 미국 사회의 쇠퇴하는 사회적 자본’을 인상 깊게 읽었던 까닭에 이번 책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빈부 격차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로버트 D. 퍼트넘의 ‘우리 아이들’(페이퍼로드)이다.

이 책은 저자가 나서 자란 고향 마을 오하이오주의 포트클린턴에서부터 시작된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사회에서도 사회경제적 장벽이 낮았기 때문에 계급 차별을 크게 의식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주거지도 섞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 시대를 살았던 청소년들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신분 상승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크게 허용되었다. 하지만 1970년대 미국의 제조업의 몰락이 시작되면서 길 하나를 두고 빈자와 부자의 거주지가 뚜렷하게 나뉘는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빈자 출신의 젊은이가 신분을 상승시키는 장벽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 이 책의 주요 주장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오하이오주의 포트클린턴 도시를 가로지르는 선로가 있다. 이 선로를 기점으로 낙후된 지역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부유한 지역에 사는 아이들처럼 준비된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른바 지리적 양극화는 계급 간 차이를 확연하게 드러내는 뚜렷한 현상이 되었다. 슬프게도 포트클린턴의 이야기는 오늘날 미국의 전형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현재 미국에서 부상하고 있는 뚜렷한 추세는 ‘계급태생’(class origin)이다. 태어난 계급에 따라 젊은이들의 계급 격차가 계속해서 증대하는 현상이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그리고 이런 추세를 바꾸기 위해 미국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미국 사회가 처한 현실은 우리가 앞으로 직면하게 될 미래상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대표되는 미국 사회의 방향 선회는 누가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미국 사회에서 풍부한 일자리를 제공하던 제조업 기반이 주저앉으면서 발생한 일이다. 예를 들어 포트클린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시 오타와 카운티에서 제조업 고용은 1965년 일자리 전체의 55%를 차지하다가 1995년에는 25%로 급락하고 말았으면, 이 비중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실질 임금도 줄어들고 경제적 타격은 사회적 충격으로 연결돼 왔다. 경제력의 추락은 가족의 해체를 불러왔는데, 한 부모 가정의 비율이 포트클린턴의 경우 1970년에서 2010년 사이에 10%에서 20%로 늘어나고 이혼율 또한 5배나 증가했다. 독신 가구 또한 1990~2010년 20% 이하에서 40%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미국 전체로 보면 사회계급을 넘어서 결혼에 이르는 비중도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 사회에 대한 몇몇 심층연구는 경험적 지식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돈이 중요하다는 사실, 즉 이상적인 양육도 아이에게 미치는 빈곤이 갖는 모든 부정적 효과를 보상해 줄 수 없다.” 저자는 우리가 아는 지식과 전혀 반대되는 결론, 즉 “진정 미국적인 것은 완전한 개인이 아니라 이웃 간의 불평등이다”를 제시한다. 앞으로 기술변화는 이런 추세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저자는 근로소득 보전세제, 자녀세액 공제제도 등 여러 가지 제안을 내놓고 있지만, 이런 거대한 추세선을 역전시키기에는 역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 뚜렷한 대안을 찾기 힘들지만 빈부 격차의 문제점에 대한 이해를 돕고 우리의 앞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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