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경제학] 선거와 테마주…역대 선거 테마주 살펴보니

입력 2016-03-17 19:18 수정 2016-03-1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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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체의 운동을 계산할 수는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현대물리학의 토대를 마련한 천재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주식투자로 재산을 날린 뒤 남긴 말이다.

뉴턴은 당시 남해회사(The South Sea Company)에 투자했다가 이른바 쪽박을 찼다. 영국 왕실과 고위관료들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풍문이 돌면서 투자 광풍이 불었던 곳이다. 이 회사의 실제 목적은 국가의 채무를 떠안기 위한 것이었다. 당연히 실적이 좋을 리 없었고 추락이 뒤따랐다. 뉴턴은 역사상 최초의 ‘정치테마주’에 물렸던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상황도 300년 전 영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는 4월 13일 총선이 불과 3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테마주가 투자자들을 현혹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정치테마주란 정치인의 정책이나 인맥 등에 의해 급등락하는 주식을 말하는데, 근거가 터무니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2000여개의 상장주식 가운데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은 약 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시 관계자들은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돌파하며 한국 증시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1980년대 후반을 테마주의 시작으로 본다. 1988년께 중국과의 공식 교류가 시작되면서 등장한 ‘만리장성 4인방(대한알루미늄·태화·삼립·한독약품)’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 테마주가 등장한 시기는 1997년 15대 대통령선거 즈음이다. 다만 당시만 해도 정보가 제한적이었고 기업활동과 정부권력의 유착이 깊었기 때문에 시장에 주는 효과가 크지는 않았다.

본격적으로 정치테마주가 형성된 것은 16대 대선으로 잡는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개인들이 공유하는 정보가 다양해진 영향이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청권 수도이전 계획’을 공약으로 계룡건설·대아건설·한라공조·영보화학 등 충청권에 연고를 둔 기업이 크게 주목받았다. 또 수도가 이전되면 보유 부동산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며 충남방적·동양백화점·우성사료·동방 등의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2007년 17대 대선은 정치테마주의 스케일을 키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운하 공약에 중소 건설사들이 급등했던 이른바 ‘대운하 관련주’다. 삼호개발·이화공영·동신건설이 수중공사 면허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급등한 데 이어 철제 거푸집을 생산한다는 이유로 삼목정공이,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려면 소백산맥을 터널로 뚫어야한다는 논리로 북악터널 공사를 했던 울트라건설이 각각 테마주에 합류해 10배 이상 급등했다.

이후 선거철만 되면 정치테마주가 난무하는 현상이 아예 자리를 잡아갔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테마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테마주가 그랬다. 2011년 재·보궐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자 무상급식 관련주로 거론되던 급식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특히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이 모두 치러진 2012년에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당시 후보들을 중심으로 테마주의 기승이 극심해진 시기였다.

정치테마주의 문제점은 근거가 대부분 희박하다는 점이다. 회사의 사업과는 무관하게 회사 관계자가 유력 정치인의 먼 친인척, 고향 선후배, 같은 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혜를 예상하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주가조작 범죄 세력에 의해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8대 대선 정치인 테마주 147개 종목을 분석해 봤더니 전체의 3분의 1인 49개가 시세차익을 노린 이른바 ‘작전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20대 총선 지역구 출마자들이 속속 확정되자 각종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연이 있는 테마주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총선의 테마주가 비교적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선거구 획정 문제 등이 시간을 끌면서 이렇다 할 정책재료가 부각되지 못했고, 올해 초 거래소 시장감시본부가 이상거래를 잡아내는 ‘길목 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테마주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시장이 건강하지 못함을 의미한다”면서 “하지만 정치인 인맥이 기업의 실적 호조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현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장 또한 “투자자들은 주가가 고점일 때 팔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주가는 투자자들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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