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거목들⑥] “시장은 시장서 관리”…여전한 감독기관 독립 논란

입력 2016-03-15 11:02 수정 2016-05-1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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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시장에서 관리하겠다.”

재무부(현 기획재정부)로부터의 감독 실권 확보라는 이 같은 아젠다는 1977년 증권감독원 설립 초기부터 고민해온 숙제이며 증감원 독립의 역사로 자리 잡고 있다. 1999년 금융감독원 설립 이후에도 수장은 재무부 출신이 독점했지만 당시 증감원 설립 초반에는 ‘재무부 보조기관’으로 불릴 만큼 자체 권한이 유명무실해 감독 실권 확보는 증감원 내부 구성원의 투쟁 산물이다.

설립 첫해에 터진 청약 부조리 사건은 당시 증감원의 허약한 위상을 보여준다. 당시 증감원은 발족 후 첫 대규모 검사로 공모주 위법 청약 행위 실태 점검에 나섰다. 7개 대형 증권사 본점과 청약 금액이 많았던 지점을 조사해 일부에서 부조리를 밝혀냈으나 자체적으로 결과를 마무리 짓기도 전에 검찰에서 따로 수사를 밀어붙이는 수모를 당했다.

제도적으로도 당시 재무부 장관은 증권거래법에 근거해 증권관리위원회 의결 사항을 집행 정지시킬 수 있었다.

이에 고(故) 홍승희 초대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취임한 박봉환 원장은 임기 막바지인 1988년 증감원 독립을 재무부에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박 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증감원과 증권관리위원회의 위상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공기총과 같다”며 검사권 등이 제한된 고충을 토로했다.

비슷한 시기 증감원 노조가 설립되면서 재무부로부터의 독립 요구는 더욱 커졌다. 초대 노조에서 증권감독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4%가 ‘증권감독원은 실질적으로 재무부의 보조기관’이라고 답변했다.

증권감독원의 한 실무자는 설문조사 응답을 통해 “감독원의 상급 정책결정기구인 증권관리위원회 안건이 실무부서나 증관위 위원 자체의 문제의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재무부의 자문기구인 금융발전심의위원회에서 내려오고 있다”며 “사실상 증관위는 이미 결정된 사항을 찬성하는 ‘박수부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재무부는 1989년부터 증감원에 준사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증권거래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증감원과 증관위에 대한 재무부 장관의 지시·감독권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재무부의 방침과 인사권·예산권·자율성 보장해달라는 증감원 요구가 부딪혀 노조가 강경 투쟁에 나서는 등 논란을 빚기도 했다.

증감원 독립성 보장 논란은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다소 누그러지는 듯했다. 그러나 통합 금감위 출범 직후 당시 재경부가 증권거래소 업무 인가와 감독을 재경부 장관 권한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증권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다시 불씨가 붙었다.

기존법은 거래소의 법적 규정 외 업무는 금감위장의 승인을 받게 돼 있었지만 재경부는 이 같은 규정이 거래소의 자율적인 업무 수행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도 기재부와 기재부 공무원이 고위직을 독식한 금융위원회로부터 금감원의 독립성 보장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14일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혼연일체를 표방하면서 금감원 실무자들은 지도공문 한 건조차 금융위의 허가를 받고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효율적인 감독체계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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