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8일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을 맞아 전 세계적으로 양성평등 시대를 앞당기자는 주장과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은 사회주의 운동의 주체인 제2인터내셔널이 1910년 연 노동여성회의에서 독일의 노동운동가 클라라 제트킨이 제창했고 이듬해 3월19일 처음으로 개최됐다. 당시엔 전 세계 17개국 100여명이 모여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성의 노동 환경 개선, 낮은 지위 향상을 주장했고 독일과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위스 등의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 날은 매우 기본적인 권리인 참정권조차 없었던 여성들이 1848년 3월19일 프로이센의 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로부터 참정권을 약속받은 것을 기린 것. 모순적이게도 영국은 1918년에야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했으나 이보다 앞선 1848년 영국령 뉴질랜드에서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됐다. 유럽에서는 1906년 핀란드에서 최초로 여성들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게 됐으며,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우 2015년에야 여성의 선거 참여가 허용됐다.
3월19일에서 3월8일로 세계 여성의 날이 바뀌게 된 것은 유엔(UN)에 의해서다. 여성의 권리 신장에 대한 이슈가 전 세계적으로 부각된 해는 유엔이 ‘세계 여성의 해’로 삼았던 1975년. UN은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권리 증진을 위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던 1857년과 1908년 3월8일을 기려 이 날로 정했다. 첫 세계 여성의 날 행사는 멕시코시티에서 열렸다. 2년 후에는 UN 총회에서 각국이 1년 중 하루를 여성의 권리와 세계 평화를 위한 날로 준수할 것을 결의했다.
올해는 지난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려 여성 권리 증진에 큰 기반이 됐던 제4회 세계 여성대회(World Conference on Women) 20주년이기도 하다.
세계 여성의 날 웹사이트(http://internationalwomensday.com)에서는 올해 테마를 ‘평등을 위한 서약(Pledging For Parity)’으로 정해 이를 해시태그(#PledgeForParity)로 전파하는 한편 온라인 평등 서약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해 가야할 길은 멀다.
참정권이 이렇게 뒤늦게 도입된 만큼 전 세계 내각 가운데 여성의 참여는 매우 저조하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지난 1994년부터 2014년까지 여성 장관 비중이 세 배로 늘었지만 전체의 17%로 여전히 남성에 비해 매우 적다. 2014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의회 의석의 19%만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그나마 1995년에 비해선 7배 늘어난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 역시 매우 커서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전 세계 노동인구의 4분의 1 가까이가 여성이지만 여성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은 남성이 2006년에 받았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 세계 500대 부자 가운데 여성은 단 55명에 지나지 않는다.
육체적인 피해를 입는 여성들도 여전히 많아 전 세계 여성의 3분의 1 가량은 일생 중 어느 시점에 성적인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