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 37]사원이 행복한 기업, 약속과 책임,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입력 2016-02-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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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기원 나노에이스 대표

평생 산업현장에서 엔지니어로, 관리자로, 기업가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글을 기고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대 환경 속에서 오로지 앞만 보고 살아가느라 언감생심 글을 쓴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평범해 보이는 나의 삶에도 누군가와 가슴을 나눌 수 있는 몇 마디는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몇 문장 적어보기로 했다.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공중파 방송사도 아닌 케이블TV에서 제작, 방영했지만 시청률 20%대를 기록하며 사회적 이슈가 된 드라마다. 많은 분들의 이야기처럼 이 드라마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옛날에 대한 향수일 거라 생각한다. 비록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아도 사람과 사람이 서로 가슴을 나누었던 그 시절의 향수 말이다. 그 속에는 가족과 친구, 이웃이라는 공동체가 있고 행복이라는 마음이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뤄 부유해졌지만, 오히려 우리 사회는 더 살기 힘들다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가난했던 시절, 조금이라도 잘 살기 위해 주의도 둘러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살아온 사람이 단지 나만은 아닐 것이다. 많은 청년들이, 대다수의 부모들이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아이들은 성장해서 결혼도 하고 자녀를 낳아 부모가 됐다. 돌이켜 보면 먹고 살기 위해, 좀 더 잘살기 위해 정신없이 살아온 날 속에서 나는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이었을 뿐 행복을 주는 가장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회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단위가 가족이지만, 정작 나는 나의 가장 중요한 자원을 가족보다는 직장과 사회에 더 많이 쏟아부었다.

긴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사업을 시작할 때 다짐한 것은 사원들의 가족이 행복해질수 있는 일터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사원이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 보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것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기업의 대표로서 가져야 하는 나의 책임이기도 했다.

우리 회사의 사명은 ‘사원이 행복한 기업’이다. 즉 나노에이스의 존재 이유는 사원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단순해 보이는 이 명제는 수많은 조건을 충족해야만 가능하다. 그 수많은 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책임과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반도체 검사장비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전량 수입에만 의존하던 부품을 처음으로 국산화에 성공하며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공급단가를 낮춰 국내 반도체 검사장비 산업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자부한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1970년부터 1980년대까지 국내 기업의 집중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발전하기 시작해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기술 수준이 부족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했다. 특히 반도체 장비(테스트 핸들러)의 핵심 부품인 칩케리어는 전량 수입하는 실정이었다.

나노에이스는 2000년대 초반 수입에 의존하던 칩케리어 국산화에 성공, 국내 반도체 장비산업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과거 반도체 검사장비 산업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의 산업 전망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았다. 기술과 비용 극복이라는 많은 시련과 좌절이 있었지만, 고객에 대한 약속과 품질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자 했고, 이는 신뢰로 이어져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또 우리가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력하는 협력사와의 약속도 매우 중요하다. 협력사가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대금 지급은 물론, 품질력 향상을 위해 지원과 배려를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책임과 약속은 고객이나 협력사에게만 지키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생산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며 때로는 가족을 뒤로하면서까지 일하는 사원들과의 약속과 책임도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약속과 책임을 다할 때 신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회사와 사원 간의 신뢰가 무너지면, 그 회사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래서 비록 작은 열매일지라도 사원들과 나누겠다고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있고, 고객 및 협력사와의 약속도 반드시 지키고 있다.

두 번째는 사원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안정감을 느끼거나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사랑이나 존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 그래서 회사는 사원들에게 안정적인 급여를 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생계를 제대로 책임져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또한 근무 환경을 안전하게 조성해야 한다. 안전은 회사의 원칙과 규칙을 제대로 세우고 성실히 이행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더불어 보상과 징계도 공평해야 한다. 성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통해 직무에 대한 성취감과 비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회사는 지원하고 관리해야 한다.

사원에 대한 지원이라 함은 단순한 성과 평가만을 통한 관리가 아니라, 각 개인의 특성과 성과를 분석해 교육하고 배치해 스스로 계몽적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이것이 사원에 대한 존중이다. 이러한 전제들이 ‘기본’이라는 기초가 될 때 사원 행복은 실현 가능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초연결사회로 전환하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나비효과처럼 이 사회는 각각의 연결성을 갖는 것이다. 바로 사원이 행복할 때 그 가족이 행복해지고, 그 가족이 행복할 때 공동체 사회도 행복해질 수 있다.

기업을 세우고 운영한다는 것은 때로는 힘들고 외로운 길을 걷는 것과 같다. 그 크기의 무게는 다를 수 있지만 원리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영자라는 리더는 자신을 통해 사원을 보고 사원을 통해 자신을 보아야 한다. 경영자는 사원들의 거울이고 사원들은 경영자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몇 년째 세계경제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고,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때에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이력>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 졸업

경남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

㈜동환산업 품질관리팀장

㈜두원공조 외주개발팀장

㈜하나엔텍 대표이사

㈜나노에이스 대표이사

<회사연혁>

2007 ㈜나노에이스 설립

2008 벤처기업 취득

2012 ‘COK’ 생산파트 신설 및 사업확장 기술연구소 설립

2013 아산테크노밸리 공장 이전

2014 이노비즈인증 취득

2015 ‘지속가능 혁신기업 20500’ 비전 선포

◇나노에이스의 미션(Mission statement)

-우리는 지속가능 혁신기업으로서 지속적인 이윤을 창출하며 우리의 4대 핵심 가치인 ‘고객행복’, ‘사원행복’, ‘인재경영’, ‘사회공헌’ 실현을 위한 전략을 성실히 수행하고 모든 구성원과 사원가족 및 공동체 사회의 행복 실현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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