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걸레 청소기가 귀여워, 에브리봇 RS500

입력 2016-02-1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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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집을 나왔다. 이제 나가라는 부모님의 무언의 압박도 없었고, 자유를 갈망하는 거창한 날갯짓도 아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집과 회사가 멀어서다. 그래도 아예 회사 앞에 나만의 안식처를 얻긴 싫었다. 기숙사가 아니었으니까. 현실과 절충해 한 시간 이상 걸리던 출퇴근 거리를 30분 안팎으로 줄일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3개월. 꽤나 여유롭던 출근 시간이 다시 원래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걸린 시간이다. 기상 시간은 줄어든 출근 시간만큼 늦춰졌고, 평생 모르고 살았던 가사일은 나의 평화로운 휴식을 호시탐탐 방해하기 시작했다. 달리면 걷고 싶고, 걸으면 앉고 싶다고 했던가. 슬슬 꾀가 나더라.

갑자기 이 난국을 벗어날 문명의 이기가 필요해졌다. 가장 먼저 물망에 올렸던 아이템이 바로 로봇청소기다. 그냥 출근할 때 시작 버튼만 누르면 되니까. 어차피 밥은 밥솥이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하는 것을 청소기가 청소를 하는 게 무슨 잘못이랴. 물론 ‘우렁각시’라는 판타지를 꿈꾸지 않았던 건 아니다.

오늘 우리집에서 필드테스트를 할 녀석은 에브리봇 RS500. 뭔가 모델명에서 레이싱 스피릿이 느껴질만큼 차량 모델명스럽지만 바퀴는 고사하고 바닥쪽을 향한 2개의 회전판이 달려 있을 뿐이다.

구성품은 생김새만큼이나 단출하다. 본체엔 물걸레 키트 1조와 극세사 걸레 2조가 전부. 여기에 리모컨과 충전용 어댑터와 사용 설명서가 들어있다. 청소기에게 더 이상을 바라면 곤란하다. 이 정도면 됐다. 단순하고 쉬워서 좋다.

생김새는 여느 물걸레 청소기와 다를 게 없다.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다. 블루와 화이트의 조합은 청소기답지 않게 산뜻하다. 마음에 든다. 뭐, 자동으로 움직이는 로봇 청소기인 만큼 불필요한 손잡이와 전원코드가 없는 모양이다. 멀리서 보면 꼭 의료용 안마기 같기도 하다. 손잡이도 그렇고 실제 동작할 때 진동 역시 안마기에 버금갈 정도.

제조사가 공개한 RS500의 무게는 1.9kg. 2kg을 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너무 무거우면 핸디 모드로 쓸 때 부담이 되고 배터리 사용 시간에도 영향을 주니까. 주행 속도는 초당 20cm. 실제 마루에 무릎을 대고 걸레질을 할 때 이동 속도와 비슷하다. 사실 이런 청소 방법은 사람의 무릎관절을 손상시키는 주범. 이제 내겐 에브리봇이 있으니 내 소중한 무릎은 안전하다.

청소기의 엔진인 모터는 5,700rpm으로 돌아가는 기어비 50:1 황동 소재 소결 기어와 오일리스 베어링을 써 내구성과 효율을 동시에 높였다고.

물걸레는 분섬사+극세사의 2중 구조로 돼 있다. 걸레 바깥쪽에 달린 탄력있는 분섬사가 홈과 틈새에 끼어 있는 이물질을 쓸어내고 안쪽 극세사가 미세먼지까지 깔끔하게 닦아주는 방식. 때나 오염물이 쉽게 흡착되는 소재라 청소 후 간단한 손세탁 만으로도 오염물이 쉽게 제거된다.

배터리 사용 시간은 청소 시간과 같다. 완전 충전 상태를 기준으로 50분이다. 전체 청소 시간에서 바닥 청소만 50분을 책임진다면 결코 짧은 게 아니다. 배터리 완전 충전엔 150분이 소요된다.

물걸레는 자동 물공급 시스템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제는 자그만 물통에 걸레를 붙인 형태. 물통 안의 물이 아래로 조금씩 빠지면서 걸레가 마르지 않도록 유지해준다. 대단한 원리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편리하다. 걸레의 물기를 걱정하지 않고 그냥 둬도 알아서 물공급이 되니까.

물걸레를 이용한 청소모드는 총 7가지를 지원한다. 기본적인 자동청소를 비롯해 집중청소, 벽타기청소, 수동청소, S자청소, Y자청소 등 실제 청소환경과 비슷한 움직임을 통해 집안 구석구석을 누빈다.

핸들을 잡고 일반 걸레처럼 책상이나 유리창 청소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1.9kg의 무게는 남자가 한 손으로 들고 쓰기에도 살짝 버거운 무게다. 게다가 청소를 위해 모터가 회전하면서 요동치기 때문에 실제 체감 무게는 훨씬 늘어난다. 의도치 않게 청소와 동시에 팔운동이 가능한 순기능을 지녔다.

혼자 알아서 움직여야 하는 만큼 다양한 변수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추락방지 센서는 본체 귀퉁이 4곳에 있다. 이 녀석이 청소를 하느라 동분서주하다 행여 신발장 문턱으로 떨어지기라도 하는 날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귀여운 생김새에 비해 두뇌는 꽤 명석하고, 위기 상황에도 민첩하게 반응한다. 장애물을 인식해서 피해가고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청소 중인 에브리봇을 들어 올리면 이를 감지해 땅에 닿기 전까지 얌전히 멈춰있는다. 침대나 소파 밑을 청소하던 중에 배터리가 다해 동작이 멈출 땐 주인님이 찾기 쉽도록 밝은 곳에서 나와 잠든다. 참 고마운 기능이다. 소파 밑이나 침대 밑에서 잠들면 마치 집 나간 강아지를 찾는 것 마냥 애가 탈 테니까.

지금까지 RS500에 대해 알아봤다. 왜 청소 성능 얘기는 쏙 빼놨냐고? 글쎄… 청소 성능을 두고 자동으로 알아서 하는 로봇청소기와 사람이 일일이 끌고 다니면서 하는 진공청소기를 비교하는 것 같달까. 어찌 사람이 직접 물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는 것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자동의 한계는 아직까지 존재하는 것을. 완벽해지기까진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그래도 날마다 청소를 해야하는 내 성미에 매일매일 방안을 돌아다니며 촉촉하게 청소해주는 애완로봇(?)이 생겨 도움이 많이 됐다. 적어도 물걸레질은 누군가 알아서 해주리라는 여유도 생겼고 말이다. 이따금 부족함이 느껴질 때만 내가 한번 슥슥 손걸레질을 더하면 그만이다. 상부상조하며 사는 거니까.

쉽고 깜찍한 에브리봇 RS500과의 즐거운 일상을 영상으로 한번 담아봤다. 기어박스의 새로운 막내, 에디터K의 영상 편집 데뷔작이니 사용법을 익힐 겸 가볍게 감상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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