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테크노밸리 10년] 만원버스도 회식강요도 “NO”…이것이 ‘판교 스타일’

입력 2016-01-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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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판교인의 24시

바삐 돌아가는 판교인들의 24시간. 아침부터 밤까지 꺼지지 않는 불빛 아래 이들은 최첨단 산업의 중심에 서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내고 있다. 10년간 조성돼 온 판교테크노밸리의 주인, 판교인들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7만명에 달하는 판교인들만의 삶을 엿봤다.

▲판교 테크노밸리 입주 기업 직원들이 지난 13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역에서 내려 직장으로 향하고 있다. 추위에 두꺼운 패딩과 목도리로 중무장을 한 채 전동휠을 타고 건널목을 건너는 젊은 직장인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판교 테크노밸리 입주 기업 직원들이 지난 13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역에서 내려 직장으로 향하고 있다. 추위에 두꺼운 패딩과 목도리로 중무장을 한 채 전동휠을 타고 건널목을 건너는 젊은 직장인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바쁜 출퇴근길 속 여유= IT·바이오·벤처기업들이 몰려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의 아침은 판교역에서부터 시작한다.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내린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나가는 1번 출구로 나오면 신호등과 버스정류장을 마주한다.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추위를 대비해 패딩으로 중무장한 모습이다. 일반적인 회사원이 정장과 코트, 구두 등으로 대변된다면 이곳 판교는 패딩과 청바지, 운동화가 더 자연스럽다.

판교역에서 회사까지 도보로 이동이 어려운 직원들은 셔틀버스를 타느라 줄을 길게 늘어선다. 셔틀버스는 보통 10~15분 배차 간격으로 운행되지만, 사람들이 붐빌 때는 5분을 채 넘기지 않는다. 셔틀버스가 도착하자마자 긴 줄의 앞부분은 질서 있게 버스에 탑승한다. 좌석이 꽉 차서 셔틀버스에 탑승하지 못 해도 조바심 내는 사람들은 없다. 곧바로 또 다른 셔틀버스가 도착하기 때문이다.

셔틀버스 외에도 버스를 타고 회사까지 이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이한 점은 버스정류장 명칭이 기업 이름으로 돼 있다는 점이다. 버스 내 방송에서는 “이번 역은 안랩, 안랩역입니다” 등의 안내가 흘러나온다. 판교에는 삼성테크원·안랩·넥슨·메디포스트·엔씨소프트역 등 기업명으로 지어진 버스정류장이 회사 앞에 자리 잡고 있다.

판교가 젊은 분위기인 만큼 출근길 교통수단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자전거가 있다. 분당·성남·강남·수원 등 다양한 지역에서 판교 주변에 조성된 자전거 길을 따라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여름철에는 출근하는 직장인인지 모를 정도로 자전거 복장을 갖춰 입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자전거 출근 외에도 전동휠이나 전동 퀵보드, 전기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이곳 판교에서는 모두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판교의 퇴근 시간은 다른 기업처럼 오후 6~7시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24시간 돌아가는 게임이나 서버의 관리자들은 야근이 잦은 편이다. 이들 때문에 밤 10시가 지나면 회사 앞에는 택시가 길게 늘어서기도 한다. 서버 관리자나 개발자들의 퇴근길을 돕기 위해서다.

▲낮 12시가 못미쳐 점심시간이 시작되자 직장인들이 하나둘 식당가로 모여들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낮 12시가 못미쳐 점심시간이 시작되자 직장인들이 하나둘 식당가로 모여들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젊은 IT인의 점심식사는= 판교에 있는 인터넷 회사에 다닌 지 3년째로 접어든 김모 매니저는 동료와 함께 오후 12시 30분에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금요일이라 여유가 생긴 그는 최근 문을 연 근처 현대백화점의 이탈리에서 이탈리아 정통 피자와 파스타를 먹기로 했다. 후식으론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로 유명해진 매그놀리아에서 바나나푸딩과 레드벨벳 케이크를 선택했다.

젊은 IT 직장인이 집결해 있는 판교의 식(食)문화는 어떨까. 판교도 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의 역삼동·을지로·광화문 등처럼 점심시간에 크게 붐빈다. 12시에 맞춰 나가면 보통 15~20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것은 기본이란다. 이 때문에 회사에서는 오전 11시 30분이나 12시 30분쯤에 탄력적으로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판교에는 오래된 맛집이 없다. 대신 국내 유명 가맹점과 맛집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여기에 해외에 가야 맛볼 수 있는 음식점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물론 1만원 이하의 저렴한 밥집을 찾기 힘들고, 체인점 일색이라며 불만인 사람들도 꽤 있다.

판교 맛집 권역은 4곳으로 나뉜다. 회사가 밀집된 곳에서 가까운 판교 테크노밸리의 유스페이스몰 일대가 가장 이용률이 높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빈티지1981 등이 인기며 가격은 1인당 1만~1만5000원 수준에 해결할 수 있다. 당근케이크로 유명한 세시셀라 등이 들어선 유럽형 스트리트 쇼핑몰 아브뉴프랑과 뉴욕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 이태원 경리단길 맛집 마스터키친 등이 입점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인기다. 비교적 낮은 건물이 즐비한 서판교는 브런치(아침 겸 점심) 가게와 카페가 많다.

판교의 커피숍은 어디든 잘된다고 한다. 특히 점심 때면 북새통을 이룬다.

판교인들은 보통 오후 10시가 되면 회식을 마친다. 한 판교의 직장인은 “과거에는 회식을 판교에서 안 하고 서울로 이동해서 했는데 최근 판교 상권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판교에서 종종 회식한다”며 “특징은 오후 10시만 되면 사람들이 물밀 듯이 빠져나가는데, IT기업의 특성상 회식을 강요하는 문화가 없고 대중교통 운행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눈길끄는 이색문화=“도수치료 반값에 해드립니다!”

“당근마켓에서 아이패드 2만원에 팝니다!”

“파란색·노란색 삼선슬리퍼, 긴 머릿결 저 분은 남자입니까?”

판교 테크노밸리가 자리 잡은 지 어느덧 10년이 다 돼간다. 그러다 보니 판교인들의 일상이 오히려 그들만의 이색 문화로 정착했다.

우선 이곳에는 온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일하는 IT 업계 종사자들이 많다 보니 손으로 근육을 풀어주는 일명 도수치료가 유행이다. 거북목·일자목으로 고생하는 이들 직장인 사이에서는 이미 입소문이 퍼질 대로 퍼져 도수치료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보니 치료비도 부르는 게 값이다.

또 이곳은 제한적인 공간이다 보니 장터 개념의 물건 직거래 시장도 활성화돼 있다. 일명 판교장터로 시작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현재 당근마켓이란 이름으로 변경돼 운영되고 있다. 이 앱은 거래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자들의 소속을 기재하도록 하고 판교인들은 맘 놓고 사용하던 물건, 특히 IT 기기들을 서로 교환하며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아울러 판교의 가장 이색 문화 중 하나는 홍대 젊은이들을 능가하는 패션이다. 대부분 삼선슬리퍼를 유니폼처럼 신고 다니는 것도 흥미롭지만, 특히 자신감 넘치는 여성들은 하늘색·노란색·분홍색 삼선슬리퍼까지 신고 있다. 성별을 가늠하기 힘든 파마와 치렁치렁한 장발을 과감히 선택하는 남성들도 종종 보인다. 간혹 긴 머릿결을 찰랑거리는 뒷모습을 보다 앞모습을 본 후 흠칫 놀랐다는 경험담도 들린다.

한편 판교 내부에 활성화돼 있는 셔틀버스는 판교인들의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버스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이 엔씨소프트역에서 내렸다면 이후 그 남성은 아마 지인은 물론 엔씨소프트 직원들을 동원해 그녀를 반나절 만에 찾아낼 것이다.

끝으로 상당수 기업 홍보인들이 서울에서 점심 미팅 후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만나는 것도 일종의 흥미로운 문화라면 문화겠다. 지하철 절반 이상은 모두 홍보인들로 서로 눈인사 나누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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