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사남 다이어리] 혼자 사는 남자가 끓이는 매생이굴국밥

입력 2016-01-15 19:28 수정 2016-01-1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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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 굴(왼쪽)에 비해 씨알이 굵은 양식 굴
▲자연산 굴(왼쪽)에 비해 씨알이 굵은 양식 굴


"저기, 굴 있어요?"

크고 탱글탱글한 양식 굴이 1kg에 1만원, 작고 볼품없는 자연산 굴이 1만2000원이란다. 당연히 양식을 골랐다. 자연산은 나에게 사치다. 곧이어 아줌마의 오지랖 질문이 이어졌다.

"학생, 굴은 뭐하러 사요?"

수염이 숭숭한데 학생이라니 반갑게 대답해 드려야 인지상정. "매생이굴국 하려고요."

나의 시선이 한쪽 손에 들고 있는 파란 풀떼기에 꽂혔고 점원 아줌마 시선도 따라왔다. "학생, 이거 파래야!"

당황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혼자 사는 남자'다. 혼자 사는 남자가 밥이나 제대로 해먹겠어라는 편견을 거부하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 "아 그럼 파랫국 하면 되죠."라고 답했다. 그때야 안 사실이지만 이 세상에 '파랫국'은 없었다. 아니 파래는 애초부터 국에 적합하지 않은 음식 재료란다.

친절한 아줌마(그 순간부터)를 따라가 파래를 내려놓고 진짜 매생이를 들었다. 똑소리 나는 '혼자남' 코스프레는 실패다.

생긴 것이 비슷해 쉽게 구별하기 어려운 해조류 삼총사가 '파래', '매생이', '감태'다. 파래와 매생이는 들어봤을지언정 감태는 '듣보'일 것이다. 셋을 구분하는 방법은 굵기를 살피면 된다. 매생이가 가장 얇고 미끌미끌하며 그다음이 감태, 파래 순이다.


▲포장된 매생이(왼쪽)가 1만3000원, 톳이 1900원이다.
▲포장된 매생이(왼쪽)가 1만3000원, 톳이 1900원이다.


매생이는 바다의 이끼인 셈이다. 채취한 뒤 말리지 않고 주로 국을 끓여 먹지만, 파래는 무쳐서 먹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반면, 감태는 다시마목 미역과에 속하는 해조류다. 청정 갯벌에서만 자라는 까다로운 녀석으로 주로 감태김으로 먹는다. 매생이와 파래를 보관할 때는 먹기 좋게 나눠서 용기에 담고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먹을 때마다 실온에 녹여 먹으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낮은 칼로리와 식이섬유가 풍부한 매생이는 여성에게 좋은 식품이다. 무엇보다 조금만 먹어도 금세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 다이어트에 좋고 칼슘과 철분도 풍부하다.

매생이굴국 외에도 다양한 매생이 요리가 있지만 혼자 사는 사람에게 추천 요리는 '매생이라면'이다. 라면의 매운맛을 중화시켜주고 시원하며 담백해 건강한 맛(?)을 낸다. 빨간 국물라면(○성탕면, ○라면)도 좋지만 하얀 국물 라면(○꼬면, ○가사끼짬뽕 등)에도 잘 어울린다. 라면이나 국을 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매생이를 생각보다 조금만 넣어야 한다는 것. 1인분이면 한 숟가락이 딱이다.

윤희숙 한국요리학원 원장은 매생이는 말릴 경우 부서지는 특성이 있으며 감태는 미역과 비슷해 말리면 향과 식감이 더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파래를 국 재료로 쓰지 않는 이유는 재료 자체에 찬 기운이 많아 열을 가하면 쓴맛이 나기 때문이라며, 구워 먹거나 양념을 해 무쳐서 먹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사실 그 날 저녁 메뉴를 매생이굴국으로 정한 건 아니었다. 난 단지 양파를 사려고 마트에 들른 것이다(사실 양파를 사는 것을 잊었다). 왜 여자들이 커피를 마시러 백화점에 들렀는데 옷을 사서 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아직 그 매생이와 굴은 냉장실에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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