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사랑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임은정 검사를 위하여

입력 2015-12-08 10:39 수정 2015-12-0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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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사회경제부장

요즘 소셜네트워크에서 가장 큰 화제는 ‘데이트 폭력’이다. 특히 최근에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생이 여자 친구를 4시간 반 동안 감금해 놓고 폭행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하자 논쟁은 증폭됐다.

최근 남녀 애정관계는 ‘쿨’하다는 표현으로 축약된다.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필자 입장에서 ‘쿨한 연애’가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만나고 헤어짐에 있어서 구질구질하지 않은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람 관계가 그렇게 맺고 끊음이 분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감정이라는 것은, 더구나 상처가 남겨진 인연의 정리라면 그 아픔은 남기 마련이다. 아프지 않으면 그게 어디 사람의 감정이겠는가?

아무리 ‘쿨하다’는 말로 퉁쳐도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행위, 심리적·감정적 폭력이나 거짓으로 인한 상처는 결코 쿨하게 사라지지 않는다. 상처 입은 사람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스스로 쿨한 척 해봐야 상처는 수시로 아려오기 마련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을 비단 물리적 폭력에 한정해서 말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 같은 폭력은 남녀 간 애정 관계에서만 목격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매’로 포장된 가정과 학교에서의 폭력은 아주 오래된, 그리고 가장 전형적인 폭력의 형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부간 폭력은 어떠한가? 물리적·정신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으로 인한 피해자를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목격했다. 다만 오랜 가부장 질서에 숨겨졌을 뿐이다.

우리 사회는 80년 광주 민주화운동과 87년 6월 시민항쟁 등을 거치며 민주주의 길로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가부장 질서는 완화되었고, ‘사랑’이라는 이름을 뒤집어쓴 수많은 유무형의 폭력을 물리쳐왔다.

하지만 그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을 뒤집어쓴 폭력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나라 사랑(愛國)’을 빙자하여 버젓이 군복을 입고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나라를 사랑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수많은 사랑의 방식을 억압하고 자신들만의 방식을 강제하고 있다. 다른 방식의 사랑은 모두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反愛國)’ 행위로 몰아가고 있다.

어디 국가만 그런가? 기업체도 마찬가지다. 경영진과 다른 의견은 충성심이 없거나 애정이 없는 것으로 치부한다. 더 나아가 이견을 허용하지 않거나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조직이 부지기수다.

지금 검찰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임은정 의정부지검 검사 이야기다.

임 검사는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수뇌부의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한 검사다. 검찰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을 인정하고 무죄를 구형한 것이다. 검찰을 사랑하는 임 검사의 표현 방식이었다. 그러나 검찰 수뇌부는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래서 임 검사를 내쫓고 싶은 것인지 직무적격심사 대상에 올렸다.

이 소식을 들은 임 검사는 이렇게 말하고 통곡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것 같다.”

진정 검찰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미국인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흔히 존경한다는 링컨 대통령이 했던 연설문 하나 소개하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

4년간 남북전쟁을 치렀던 미국을 ‘하나의 미국’으로 만들기 위해 링컨은 전쟁이 끝날 즈음 이렇게 연설했다.

“양측은 모두 같은 성경을 읽고 같은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서로 상대방을 응징하는 데 신의 도움이 있기를 간청하고 있습니다. 남이 흘린 땀으로 자기 빵을 얻는 자들이 감히 정의로운 하느님의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만, 그러나 우리가 심판받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를 심판하지 않도록 합시다. 남북 어느 쪽의 기도도 신의 응답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 어떤 형태의 강요된 사랑과 억압, 타인에 대한 증오와 물리적·정신적 폭력, 다른 의견의 배척과 추방은 결코 사랑일 수 없다.

그것은 사랑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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