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신화가 돼버린 양김

입력 2015-11-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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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영삼이라는 민주화의 상징이 스러졌다. 그가 역사의 신화가 됨으로써, 이제 민주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던 두 중심축이 사라졌다. YS와 DJ가 역사 속의 인물이 됨으로써 지금 두 사람의 리더십과 의미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DJ와 YS는 분명 대한민국 민주화의 주역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을 점은 시대가 양김을 만들어냈는가, 아니면 양김이 시대를 이끌어 갔느냐이다. 개인적 판단으로는, 양김이 시대를 이끌었다기보다는 시대가 양김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만일 대한민국 역사에서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가 없었다면 결코 양김의 탄생은 가능하지 않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선 양김의 투쟁 기반이자,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로 지적되는 지역감정에 기반한 지역주의도 군사독재에 의해 강화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광주민주화 운동으로 상징되는 전두환 정권의 폭정은 지역주의를 더욱 부추겼다. 이런 상황은 양김의 가장 중요한 투쟁 기반을 확실하게 다지는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YS와 DJ로 상징되는 계파정치 역시 군사독재 정권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일본 등 다른 국가에도 정치적 계파는 존재하지만,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로 상징되는 YS와 DJ의 계파는 다른 여타 계파와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즉, 다른 국가의 정치 계파가 정치적 이해관계나 이념적 유사성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동교동계와 상도동계는 군사독재 정권의 억압과 폭정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런 계파는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조장되고 강화된 지역주의와 유사한 ‘발전과정’을 겪게 되는데, 억압과 폭정으로부터의 저항과정에서 이들 계파는 단순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동지적 관계로 얽힌 계파로 성장하게 된다. 고문과 투옥이라는 온갖 고초를 함께 겪으며 형성된 이들의 동지적 관계는 군사정권에 대항하는 가장 중요한 힘의 근원이 됐을 뿐 아니라, 그 이후 양김이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이런 측면은 상도동, 동교동계가 지금 우리나라 정치권에 형성돼 있는 계파와도 완전히 다른 성격의 계파였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DJ와 YS는 시대에 의해 탄생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똑같은 이유에서 이들이 지역주의의 맹주였다고 하는 비판도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지역주의는 군사정권에 의해 오히려 강화된 측면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리더십도 당시 시대상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DJ와 YS의 리더십은 일정 부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들의 리더십은 생사를 함께 넘긴 동료들과 함께하는 일종의 ‘전우적 리더십’이었기 때문에, 이 역시도 시대 상황을 빼고는 설명하기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

모든 사회적 현상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사상가 혹은 정치인들의 행동은 당시의 시대상에서 유래한다. 모든 인간의 행동과 생각은 그를 둘러싼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양김을 평가하는 것도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바탕으로 해야지, 지금의 기준으로 그들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즉, 그들이 살아가야 했던 시대는 혹독한 폭정과 억압이 판치던 암울했던 시기였고, 지금은 양김 덕분에 이룬 민주주의의 시대라는 시간적 차이를 분명히 하고 평가를 내려야 한다는 말이다. 양김이 역사의 신화가 된 것과 함께, 이제 민주화를 둘러싼 논쟁도 역사 속에 묻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 우리의 상황이 확실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눈으로 현재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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