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반납'의 두 얼굴…속 쓰린 산은 vs 살짝 웃는 수은

입력 2015-11-20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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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임직원들이 각각 급여를 일정 부분 포기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피 같은' 월급을 내놓았으니, 아무리 표정 관리를 하려 해도 속이 아픈 것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두 은행 가운데 한 쪽의 마음이 더 쓰려 보이는 건 무엇 때문일까.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팀장급 이상부터 2015년 임금 인상분을 모두 받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본래 임원급에서만 이를 적용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홍기택 산은 회장이 올해 받았던 모든 기본급을 토해 내겠다고 밝힌 뒤 '많은 직원이 동참해 주길 바란다'는 뜻을 전달하며 분위기가 변했다. 팀장급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노조는 반발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부실을 비롯해 각종 책임문제와 경영악화로 여론의 눈총이 따가운 상황이다. 노조는 섣불리 나서지 못했고 결국 사측과 합의했다.

산은 팀장급 관계자는 "회장도 그렇고 임직원도 사실 큰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불만이 있지만 달게 받아드리겠다"고 말했다.

협상대로 2.8%의 급여 인상을 기대했던 산은 근로자는 2016년에도 올해와 같은 월급을 받아야 한다. 산은의 평균연봉은 8509만원이다.

이어 수은이 나섰다.

수은은 11월과 12월 시간외 수당과 두 번의 연차수당을 모두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상은 모든 임직원이다.

노사는 이미 임금협상을 마치고 이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이같은 결정은 6일 열린 부행장회의에서 최종 승인됐다.

산은이 우여곡절 끝에 인상분 반납이 이뤄졌지만, 수은의 경우는 큰 반발 없이 권리포기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달리 해석하면 생색은 생색대로 내면서도 그 만큼 잃을 게 적다는 말도 된다. 사실 수은 임직원들은 11월과 12월 시간외 근무를 하지 않으면 된다. 연차도 비용을 받지 않고 사용하면 그만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고 경영이 어려워져 이렇게 결정했다"며 "노사가 합심해 고통을 분담하고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수은은 10월 노사협의를 통해 2015년 임금임상률을 2.8%로 합의했다. 수은은 올해 직원 평균 연봉이 8818만원으로 국책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내년에는 이 평균연봉 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가게 된다.

두 은행의 급여반납 스토리는 여기까지다. 이를 바라 보는 여론은 비슷하다.

'산은에 이어 수은도 월급 반납에 동참했군.'

그런데 산은 임직원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연봉도 수은 보다 적은데 더 내놓게 됐으니 속이 쓰릴 수 밖에 없다.

100% 자발적 반납이 아닌, 자의반 타의반 정권 눈치보기의 결과가 빚어낸 씁쓸한 소극(笑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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