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금융개혁] 보험사 상품·가격 자율화… 대형사엔 득, 중소형사엔 독

입력 2015-11-1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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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 보험업계의 발목을 잡았던 규제들이 대대적으로 완화됐다. 보험상품사전신고제를 폐지하고 위험률·이자율 등에 대한 규제도 단계적으로 없애는 것이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주요 내용이다.

보험사들의 상품개발 자율성을 보장하고 가격 결정권을 넘겨주면서 다양한 상품 출시와 함께 가격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보험 규제 개혁에 발맞추고 나섰다. 보험상품에 대한 가격 측정에 일정 개입하지 않고 만약 개입하게 되면 해당 직원에 대한 인사 조처를 가하기로 했다.

다만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사후 규제는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상품을 불완전판매하고 보험금을 부당하게 지급 거절한 보험사에 대해서는 최대 영업정지까지 제재를 가할 계획이다.

그동안 보험업계는 은행 등 다른 금융권들과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의 규제가 성장의 걸림돌이라고 끊임없이 지적했다.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하려 해도 금융당국이 일일이 개입했기 때문에 붕어빵 같은 상품을 만들어 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NH농협지주 회장 재직 시 창의적·혁신적 영업추진이 가장 어려웠던 분야가 보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는 상품의 복잡성 등으로 타 분야에 비해 보험 관련 규제가 촘촘하고 금융당국 개입도 빈번이 이루어지는 데 기인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보험업계의 셈법은 겉모습과 다르게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크게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금융당국 규제의 품 안에서 안전한 성장을 추구해왔다.

상품설계능력이나 리스크 관리 역량이 부족한 업체들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면 당장 상품을 개발할 능력도 데이터도 부족하다. 현재 대형사의 경우 자사 요율과 참조 요율을 참고해 보험상품의 가격을 조율하지만 중소형사는 보험개발원의 참조 요율만을 쓰고 있다.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대형사와의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사실상 ‘코치’ 역할을 했던 금융당국의 사전신고제가 사라지면서 중소형사들은 방향조차 잡지 못해 안절부절이다. A보험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상품을 출시할 때 금융당국과 조율해 가격을 결정했지만 이제는 자체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비상상황이다”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자율화가 오히려 대형사 편중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격 경쟁이라도 벌어지면 자본력이 약한 중소형사는 밀릴 수밖에 없다.

부실상품을 내놓았다가 소비자 민원과 과징금 폭탄이라는 후폭풍에 휩싸이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IFRS4 2단계 도입 등을 앞두고 재무건전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시기여서 상품개발, 리스크 관리, 마케팅, 자산운용, 소비자 대응 등의 면에서 고른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회사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게 보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아울러 보험료의 경우 당장 오르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그동안 소비자 보호와 국민 부담 등을 이유로 보험료를 통제해 왔다. 일부 상품은 손해를 보면서 파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가격이 자유화되면 일단 손실을 메우기 위해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사전신고에서 사후보고제로 바뀌면 상품개발 단계에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을 소요해야 하지만 대형사와 비교하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상품개발과 언더라이팅을 강화해야 하는데 중소형사 대부분이 자체 통계가 부족해 막막한 상황”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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