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경제포럼] 카드 수수료율 인하, 그 후에 남은 과제

입력 2015-11-1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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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연세대 특임교수, 전 국회의원

영세 자영업자들의 오랜 숙원인 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그것도 예상을 뛰어넘는 큰 폭으로 경제가 어려운 와중에 소상공인들의 시름을 덜어주었다는 찬사에서부터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의 극치라는 혹평까지 다양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혹평은 주로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 감소가 예상되는 카드사들의 불만을 대변하고 있는데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을 하나씩 짚어보자.

우선, 수수료율 인하가 자본주의 기본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를 의미하는 자본주의의 개념을 감안하면 가격 책정의 주체로 정부가 정당성을 확보하느냐를 문제 삼는 이 질문의 보다 정확한 표현은 ‘수수료율 인하가 시장경제 기본원칙에 위배되는가?’일 것이다. 시장경제주의란 완전정보·경쟁이란 조건이 갖추어질 때 가격은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완전경쟁·정보의 조건이 충족되기 어렵고, 시장 실패를 보정하기 위한 정부 개입을 용인하는 것이 시장경제주의다. 정부에 의한 시장개입의 대표적 사례가 이번 수수료율 인하와 같은 가격상한제이며, 이는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할 수 없다.

둘째, 세수 확보를 위해 카드사들이 왜 재정부담을 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카드 사용을 권장하는 이유 중에 탈세를 근절해 세수를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그러나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이유가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미 신용카드 사용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법제화되어 있기 때문에 수수료율과 상관없이 탈세방지 목적은 달성하고 있다. 수수료율 인하는 이 수수료마저도 부담이 되는, 극히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어깨를 가볍게 하자는 것이다.

셋째, 수수료율 인하는 과도한 관치이며 차라리 카드사를 공기업화하는 게 더 낫지 않느냐는 것이다. 카드사들이 수수료율을 더 낮출 여력이 있음에도 인하하지 않아 영세 자영업자들이 갑의 횡포에 반기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면 이것은 분명 시장 실패 상황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고 시장 실패를 교정하기 위한 개입을 과도한 관치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3년간 기준금리가 약 1.75%포인트 인하돼 카드사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자금조달비용’이 대폭 낮아졌고 수수료율을 대폭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점에서 이런 비판도 설득력을 잃는다.

그런데 원가가 대폭 낮아져 수수료율을 내린 마당에 연간 2조 원가량의 수익을 내는 대형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인하 때문에 줄어들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검토하는 대응책들은 밴(VAN)사나 영세 가맹점에 대부분의 손실을 떠넘기는 방식들이라 수수료율 인하의 취지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 예컨대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30%가량 대폭 삭감한다거나, 소액결제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결제 건당 일정액을 지급하던 정액제를 결제금액의 일정 비율로 지급하는 정률제로 바꾸겠다는 방안이나, 무서명 거래를 확대해 매출전표 수거를 줄이는 방안 등은 수수료율 인하의 비용을 밴사나 영세 가맹점, 심지어 소비자들에게 분담시키는 방안이다. 재벌 기업들이 경영 위험을 하청업체로 전가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수수료율 인하의 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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