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누가 기업 구조조정 주체인가?

입력 2015-11-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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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산업1부 차장

“중국 공포는 현실이다. 팔리기 싫으면 자구계획을 수립하라.”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공포로 인한 산업계 구조조정이 현실화한 것이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한계사업을 재편하고,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과거 IMF 시절을 연상케 한다. 중국과 겹치는 경쟁력 낮은 사업 부문을 선제적으로 들어내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정부는 기업이 원하지 않는 M&A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M&A 대상이 되기 싫다면 그에 상응하는 자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는 오십보백보로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 결국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협의체를 통해 경기부진에 노출된 조선·철강·해운·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플랜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취약업종 구조조정의 방향은 과거 외환위기 때와 견주어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가장 큰 차이점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한계사업을 정리하고 주력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철강과 해운 등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구조조정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전자를 놓고는 정부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정부가 나서서 빅딜을 유도하는 것은 관치 논란과 함께 갖가지 특혜 시비를 낳기 때문이다.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우리 중후장대 산업을 잠식하기 전에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빅딜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역량을 한 곳으로 모아야 생존이 가능해진 산업 환경의 변화를 뒤로 하고도 기업 간의 빅딜 효과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새 틀을 짤 채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시장 개입을 통한 인위적 구조조정에서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채권단 논리, 금융시장 논리에만 치우쳐 무리한 구조조정을 강행할 경우 자칫 산업 경쟁력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강제 합병설과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 속시원히 공개되지 못하고 있는 구조조정 계획이 이를 방증한다.

민간 주도건 정부 주도건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 이후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다. 채권단을 설득해 경영정상화에 나서고, 매각을 위해 물밑 조율을 하는 것은 정부가 일정 부분 나서야 한다. 그러나 성과에만 치중한 나머지 부채비율 등 수치만을 앞세운 구조조정의 폐해를 인지할 필요가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급한 불 끄듯 부채 소진 전략으로 시장의 논리를 무시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투명하지 못한 구조조정에 결국 더 큰 고통을 불러왔던 것이다

더구나 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능력과 의지는 이미 낙제점수를 받았다. 청와대와 정치권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현실에서 기업 간의 자율적인 빌딜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강하게, 지속적으로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 금융개혁의 핵심 기조인 ‘시장 자율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자발적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의 조속한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여전히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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