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4시 마감] 영업시간 늘린다고 선진금융?… 獨·日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

입력 2015-10-19 11:08 수정 2015-10-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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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은행 영업시간’

핀테크·인터넷전문은행 등 금융권의 온라인 활성화를 주문하던 정부가 다시 ‘오프라인’에 집착하는 모양새다. 은행권이 때 아닌 ‘은행 오후 4시 마감’ 논란으로 시끌벅적하다. 발단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11일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며 우간다와 한국의 금융 수준을 비교, 은행권의 금융개혁을 질타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미 시중은행 대부분이 영업시간을 늘린 변형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은행원들은 마감 후 시재나 대출 영업 등의 업무로 오후 9시 이후 퇴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라 금융권 전문가들은 정부가 은행 영업시간과 같은 지엽적 문제에 매달릴 게 아니라 거시적인 틀에서 은행권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형점포 운영 중… “평일 오후 7시·주말도 문 연다” =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특화영업점’이나 ‘변형점포’라는 이름으로 변형근로 시간제를 적용해 탄력적으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변형근로 시간제란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바쁠 때는 법정시간 이상으로 늘리고, 한가할 때는 그 이하로 줄이는 등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국민은행의 안산 원곡동 지점 등은 주말에도 문을 연다. 국민은행 우면동 지점 등 5개 지점의 경우에는 오후 7시까지 운영하는 ‘애프터 지점’ 형태로 운영된다. 농협은행은 공공출장소와 마사회지점 등 총 222개 지점에서 영업외 시간의 변형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74개, 54개의 변형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기업은행은 서울 이태원 등 총 3개의 변형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최 부총리의 발언 이후 변형점포를 확대·개편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변형점포는 은행의 수익성보다는 고객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는 점포기 때문에 이를 전국 점포로 확장할 경우 은행 경쟁력이 그만큼 저하될 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A은행 관계자는 “변형점포는 대부분 환전이나 송금 등의 간단한 업무 위주로 처리된다. 은행의 수익성 확보 차원이 아닌, 순전히 고객 편의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운영되는 점포”라면서 “일반 점포에 비해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면 은행권 경쟁력 저하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개혁 일관성 없어… 온라인 활성화 역행” = 한 금융권 전문가는 정부의 금융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창조경제를 주창하며 핀테크를 앞세워 활성화하더니 갑자기 오프라인 매장 영업시간을 운운하고 있다”며 “금융정책 방향에 일관성이 없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가 정부 눈치를 살피느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고 일침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은행 영업시간이 4시 전후인 것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독일이나 일본의 은행들은 국내 은행보다 영업시간이 더 짧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전 교수는 은행 영업시간을 전체적으로 늦추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필요시 일부 영업점에 대해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마감 후 자금 관리나 결제 등의 업무로 인해 전체 영업점까지 확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일축했다.

무엇보다 전 교수는 정부가 이 같은 지엽적인 사안에 매달릴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정부가 금융개혁을 부르짖으면서 은행 영업시간을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현재 금융개혁과 관련해 모피아 개혁 등 본질적인 문제를 우선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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