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균의 B하인드] 인사철 앞둔 재계, 사화만사성(社和萬事成)

입력 2015-10-1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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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균 산업1부 차장

겨울의 문턱에 성큼 다가선 시점이다. 24절기 중 17번째인 한로(寒露)가 지나고, 가을의 끝자락인 상강(霜降)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겨울을 알리는 입동(立冬) 역시 상강을 기점으로 보름 뒤에 들어선다.

이 무렵에 가끔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김지연의 ‘찬바람이 불면’이라는 노래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난다는 다소 슬픈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수년 전 모 그룹의 임원도 술자리 뒤 이어진 노래방에서 애창곡으로 뽐냈던 곡이다. 그해 연말 그룹 정기인사에서 그는 25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났다.

절기상 부는 찬바람은 주요 그룹의 인사 시즌과 시기가 일치한다. 대부분의 주요 그룹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부터 인사 평가에 들어가 12월 전후로 정기인사를 실시한다.

그룹에 속한 임원들이 체감하는 바람은 매년 다르다. 올해의 경우 주요 그룹에 예년보다 거센 회오리바람이 불 것이란 우울한 소식이 들린다. 모 그룹 임원은 만날 때마다 던졌던 농담도 요즘은 자제한다. 그는 입버릇처럼 “임원은 1년 계약직 직원이다. 임원은 파리 목숨이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각 그룹이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국내 재계 서열 순위 1위 삼성그룹과 2위 현대자동차그룹은 3세 경영을 위한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는 수년에 걸쳐 3세 경영의 골격을 다듬고 있지만, 여전히 세대교체의 과도기 구간에 놓여 있다.

재계 3위 SK그룹도 올 연말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영어(囹圄)의 몸에서 풀려난 최태원 회장이 대대적인 쇄신작업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LG그룹 또한 주력계열사인 LG전자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일정 부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아직은 정황상 느끼는 분위기지만 소속 임원들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정기인사는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예측하기 힘든 만큼 임원들의 불안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적당한 긴장감은 조직에 약이 되지만, 지나친 불안감은 독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최근 재계에 불거지고 있는 인사 불안 역시 약보다는 독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다. 조직이 불안한데 좋은 성과가 나올 리 없다. 정상적인 판단을 방해하고 조직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불안감은 전파력도 강해 구성원 모두에게 퍼지기 쉽다. 궁극적으로 조직을 병들게 하는 요인이다.

이미 일부 그룹에서는 조직 불안감의 부작용이 감지되고 있다. 일부 최고경영자의 교체설부터 사업부문의 구조조정설까지 여러 소문이 뒤섞이면서 불안감이 고조된 탓이다.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모양새는 더 무섭다. 이 같은 현실을 볼 때마다 ‘회사가 즐거워야 만사가 잘된다’는 ‘사화만사성(社和萬事成)’의 경구가 뼈저리게 와닿는다.

훌륭한 리더는 조직에 변화를 주면서도 불안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 조직이 불안하다면, 안정화시키고 조직에 활력을 심어주는 것도 리더의 덕목이다. 사화만사성의 의미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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