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와 여성, 2부-④]이혜훈 前 새누리당 최고위원 “워킹맘 안심 도우미 인증제 도입”

입력 2015-09-0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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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력 낭비는 국가적 불행… 경단녀 활용 인재뱅크도 필요

▲사진=노진환 기자

만나서 밝게 웃으며 인사한 지 1분도 안 됐는데 눈물바람이다. 인터뷰 시작부터 눈물이 송글송글 맺히더니 눈가를 닦아야 할 지경이 된다.

“저, 세요, 센데,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라든지 여성이 처한 어려움에 대한 얘기만 들으면 그렇게 가슴이 미어터지고 눈물이 날 수가 없어요.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마치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고 사는 것이라 생각할 만큼 어렵잖아요. 그걸 아니까요. 전보다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렵잖아요.”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현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장) 얘기다.

오해를 불러올 수 있을 만한 데도 이혜훈 전 위원은 눈물을 일부러 감추지 않는다. 그렇잖아도 별명이 ‘수도꼭지’다. 사회적 위치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약자들은 그를 눈물 흘리게 하는 대상이다. 이 전 위원은 언제나 여성이 소수인 곳에 있었다. 대놓고도 밀리고 간접적으로도 밀리고 그럴 때마다 ‘할 말은 꼭 해야만 하는’ 성격이라 바른말 한 마디씩을 꼭 했다. 본인은 싸우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도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나오는 남성들은 꼭 뒷말을 했다. “그것 참 성격 안 좋다”고.

“저는 공부를 계속하려고 했어요. 왜냐하면 차별당하게 마련인 여성이 그나마 덜 차별당할 수 있는 곳이 공부해서 점수가 나온 걸로 승부할 수 있는 학계라고 생각했죠.”

유학 시절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근무하던 시절도 쉽진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면서 이 전 위원은 자신을 ‘나쁜 엄마’라고 지칭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만나게 된다. 1997년 총선을 앞두고 전략공천을 받은 그는 선거운동을 하느라 막내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가 보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따라갔지만 잠깐 사이에 애를 놓친 거죠. 입학식이 오전에 끝났는데 저녁 7시가 되어서야 아이를 찾았어요. 꽃샘추위로 눈까지 온 날이었는데 밥도 못 먹고 아이가 헤맨거죠. 다행히 경찰이 똑같은 길을 왔다 갔다 하는 아이를 이상하게 보고 데려와 겨우 찾았죠.”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했을 때 이 전 위원은 아이 보는 도우미 인증제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도우미라면 아이를 키운다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과 책임감을 갖도록 해 관련 기관이 ‘믿고 아이를 맡겨도 된다’고 인증해 줘야 엄마들이 안심하고 일하러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막내 아들을 잃어버렸던 경험, 유학 시절 첫아이를 낳고 어렵게 찾은 도우미가 폐병 환자였던 아찔한 경험, 아이를 업고 자주 산책하러 나간다던 도우미가 알고보니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고 온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노했던 경험 등이 모두 도우미 인증제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고. 우수한 여성 인력은 인재뱅크를 만들어 활용해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도 직접 겪어 본 현장에서 나온 제안이다.

민간기업까지는 강요할 수 없겠지만 국회의원 등엔 여성 할당제도 여전히 그가 밀고 있는 주장이다.

“아직까지도 여성은 장식품 정도로 여기는 문화가 분명 남아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겉으로는 페미니스트인 양하면서 ‘내가 당 대표가 되면 대변인 정도는 여성에게 자리를 주지’라는 식으로 말하는, ‘페미니스트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요. 이런 걸 없애기 위해서라도 여성들이 어느 정도 많아져야 하고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여성이 많아야 할 뿐 아니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 있어야 여권 신장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여전하다. “여성 대통령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그래서 한 거죠. 여성의 지위가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향상될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우수한 여성 인력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건 국가적 불운입니다. 경제의 양극화, 남녀의 양극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 이런 것들을 해소할 수 있는 경제 정의를 실현하고 싶은 것이 정치인으로서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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